‘자산이냐 부채냐’ 신종 자금 조달 수단 ‘PRS’ 논란

입력 2025-08-26 00:52

SK와 롯데, 한화, 이마트 등 주요 대기업의 자금 조달 수단인 ‘주가수익스와프(PRS·Price Return Swap)’를 둘러싼 회계 기준이 불확실해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기존처럼 ‘자산(파생상품)’이 아닌 ‘부채’로 인식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다.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줘야 할 한국회계기준원은 올해 안에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와 회계업계에 따르면 PRS의 회계 처리 방식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PRS는 기업이 보유한 자회사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증권사가 발행하는 파생상품이다. 기업이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면 증권사가 이를 상품으로 만든다. 증권사가 이 상품에 직접 자기자본을 투입해 투자자로 나선다. 금투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주요 대기업이 PRS로 조달한 자금은 약 5조8000억원이다.

증권사는 연기금과 사모펀드 등 기관 투자자에게 PRS 일부를 팔아 위험을 분산하지만, 사실상 기업이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에서 돈을 빌리는 구조다. 기업으로서는 부채 비율을 높이지 않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증권사도 PRS를 일반 대출이 아닌 파생상품에 투자한 것으로 간주돼 건전성 규제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지난해 일부 회계법인이 PRS를 부채로 인식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면서 최근 발행이 중단되는 등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이에 일부 대기업은 PRS를 통한 자금 조달을 위해 별도 회계법인을 자문법인으로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문법인에서 ‘PRS를 자산으로 처리해도 된다’는 의견서를 받고 PRS를 자산으로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회계기준원은 지난 3월 PRS 회계처리 질의에 대한 답변을 공개했다. 당시 답변에선 기업이 PRS를 부채로 인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PRS는 계약 만기 시 주가가 기준가보다 낮으면 기업이 매수자에게 손실 금액을 보전해야 하는 조건 등이 있어 주식 매매보다 차입거래의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이후 회계기준원이 해당 답변이 공식 의견이 아니라고 밝히면서 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당시 답변은 ‘신속처리질의’ 제도를 통해 이뤄졌는데 이는 연구원의 개인 견해라는 게 회계기준원 설명이다. 회계기준원은 PRS 회계 처리 문제와 관련해 금융 당국과 논의를 진행해왔다. 회계기준원 관계자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 신중하게 보고 있다”라며 “연차 재무제표 작성에 차질이 없도록 연내 결론을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