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자사주 소각’… 민주당 ‘더 더 센 3차 상법’ 만지작

입력 2025-08-26 02:03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종결 투표를 마친 뒤 투표소에서 나오고 있다. 국회는 민주당 주도로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담은 2차 상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민주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위한 3차 상법 개정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2차 상법 개정안이 25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으면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함께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핵심 경제·노동법 처리가 일차적으로 완수됐다. 민주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을 담은 ‘민주당표’ 3차 상법 개정안을 새로운 목표로 설정하고 나섰다. 다만 당내에선 경영계 반발과 주식시장 하방 압력 우려 등으로 속도 조절 기류도 감지된다.

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는 2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날 국회에서 ‘자사주 제도의 합리적 개선 방안’ 토론회를 열고 본격 논의에 착수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상장사들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를 취득한다고 밝히지만, 자사주 취득이 주주가치 제고 및 주주환원에 기여하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김춘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1본부장은 “자사주를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부당하게 확대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시각이 있다”면서도 “유연한 자금운용 보장과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을 통한 보완 조치가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위 위원장인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3차 상법의 출발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라며 “논란이 있겠지만 정기국회 내내 심도 있게 논의하면서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소각 의무화’와 ‘처분 공정화’ 사이에서 각론을 저울질하고 있다. 자사주를 아예 특정 기간 내 소각하도록 의무화하거나 기업 지배권 강화에 남용되지 않도록 처분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이다. 소각 의무화를 규정한 법안은 국회에 5건, 처분 공정화를 담은 법안은 3건이 제출돼 있다.

민주당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가 투자 기업 경영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행동 지침을 강화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기업 대상 소송에서 증거를 상호 공개해 기술 탈취를 방지하는 ‘K디스커버리’ 제도 도입도 동시에 검토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업 대주주의 일방적인 경영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힌다. K디스커버리제의 경우 이 대통령이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아예 기술을 훔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기술 탈취를 엄벌을 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연이은 상법 개정이 경제 여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는 신중론이 당내에서 나온다. 특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추가 상법 개정은 소프트하게 가려고 한다”며 “공론화 절차를 최대한 거치면서 다양한 의견을 들은 뒤 입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기업 경영을 규제하는 채찍에 배임죄 완전폐지라는 당근도 고심하고 있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상법상 배임죄뿐 아니라 형법상 배임죄 폐지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민사 책임 강화 없이 배임죄를 폐지하면 주주 입장에서 경영진 귀책 사유를 밝혀낼 길이 없다”며 “K디스커버리제 도입 등 민사 책임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웅희 김혜원 기자 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