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프, 외국 태생 혼혈 선수 최초로 축구 국대 발탁

입력 2025-08-26 01:14
축구 국가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묀헨글라트바흐 소속 미드필더 옌스 카스트로프. 독일에서 태어난 그는 한국과 독일 이중국적자다. 카스트로프 SNS 캡처

북중미월드컵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홍명보호가 본격적으로 본선 준비에 돌입한다. 독일 태생의 혼혈 축구선수 옌스 카스트로프(22·묀헨글라트바흐)가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캡틴’ 손흥민의 역할에도 변화가 예고됐다.

홍명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25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9월 A매치에 나설 26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이름은 카스트로프다. 한국인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외국 태생 혼혈 선수로는 최초로 남자 축구 성인 대표팀에서 뛰게 됐다.

그동안 카스트로프는 태극마크를 달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독일 각급 연령별 대표팀에 꾸준히 뽑혀왔고, 홍명보호도 주시해왔던 기대주다. 대표팀은 지난 6월 A매치를 앞두고 카스트로프를 대표팀에 선발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무릎 부상으로 무산된 바 있다. 최근 소속 협회를 독일축구협회(DFB)에서 대한축구협회(KFA)로 변경하며 행정 절차를 마무리했다.

홍명보호의 약점으로 꼽혀왔던 3선의 마지막 퍼즐이 될지 기대가 쏠린다. 그동안 대표팀은 황인범(페예노르트)의 파트너를 찾는 데 애를 먹어왔다. 홍 감독은 “기존 대표팀의 3선 중앙 미드필더와는 다른 유형의 선수다. 파이터적인 성향, 거칠게 플레이하는 스타일이 팀에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날 카스트로프는 함부르크전에서 교체 투입돼 분데스리가 데뷔전도 치렀다.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5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9월 A매치에 나설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 감독은 손흥민(LA FC)의 역할 변화도 시사했다. 줄곧 미드필더로 분류되던 손흥민은 이번엔 공격수에 포함됐다. 홍 감독은 “손흥민의 기존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젊은 선수들이 많다. 이제는 손흥민이 얼마나 오래 뛰느냐가 아니라 언제 어떤 순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이 7년간 맡은 주장직에 대해서도 “팀을 위해 어떤 선택이 좋은지 꾸준히 고민할 것”이라며 교체 가능성을 언급했다.

최근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 황희찬(울버햄튼)은 이번 명단에서 빠졌다. 홍 감독은 “월드컵 진출에 힘을 보탠 선수 중 몇 명은 발탁이 되진 않았지만 이미 충분히 검증된 선수들이다. 언제든지 부를 수 있다”면서도 “내년 6월 본선을 위해선 경기에 출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이재성(마인츠) 등 유럽파 주축 선수들은 변함없이 이름을 올렸다. 부상으로 한동안 합류하지 못했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와 골키퍼 김승규(FC도쿄)도 복귀했다. 특히 평가전이 열릴 미국에서 뛰고 있는 정상빈(세인트루이스시티)이 4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한국(FIFA 23위)은 처음으로 아시아를 벗어나 다음 달 7일 미국(15위), 10일 멕시코(13위)와 차례로 평가전을 치른다. 홍 감독은 “아시아 예선은 안정 단계였다면 지금은 검증 단계”라며 “강팀을 상대로 피지컬과 스피드를 테스트할 기회다. 빠른 공수전환과 동아시안컵 때 썼던 스리백도 점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