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구조조정도 노동쟁의 대상 될 가능성”

입력 2025-08-26 00:02
송언석(앞줄 오른쪽 세 번째)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25일 국회 의원총회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송 비대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 2차 상법 개정안 등을 ‘경제내란법’으로 규정하고 “경제 파탄 책임은 민주당 이재명 정권에 있다”고 말했다. 이병주 기자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내년 3월 시행된다. 사용자 범위를 넓히고 파업에 대한 사용자 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으로 노사 관계에 일대 변화가 예고된 상태다. 25일 정책 당국과 노동 전문가 등이 내다보는 노동 현장의 변화를 문답으로 정리했다.

-법이 시행되면 하청 노동자 임금 등 처우가 개선되나.

“노란봉투법이 처우 개선을 직접 보장하진 않는다.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 본사와의 교섭권을 부여함으로써 이들의 처우가 개선되는 간접효과를 노린다. 이를 위해 노조법 2조의 사용자 정의에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추가했다. 이에 따라 원청이 하청의 생산량, 생산단가, 인력 투입, 작업시간 편성 등을 사실상 통제하는 경우 ‘실질적 지배’가 인정돼 사용자로 규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원청은 임금, 근로시간, 복지, 산업안전 등에서 하청 노조와 마주 앉아야 한다. 다만 실제 하청 노동자의 처우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는 노조의 교섭력, 기업 원청의 재무 여건, 교섭 타결 여부 등에 달려 있다.”

-원청이 하청 업체들과의 교섭에 부담을 느낀다면.

“하청 중소기업들은 원청 대기업이 거래를 끊는 상황을 가장 두려워한다. 원청이 외주 맡기는 물량을 줄이거나 공장의 해외 이전을 택하면 오히려 노동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신규 채용도 감소할 우려가 있다. 이 부분을 정부가 어떻게 최소화할지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야 한다. 또 중소기업들은 사용자 범위 확대 조항으로 쟁의가 늘어나는 걸 우려한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정리해고나 구조조정 등 기업 의사결정도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파업 노동자가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걱정은 사라지나.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조건이 까다로워졌다. 노란봉투법은 법원이 파업 노동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해당 근로자의 노동조합 내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관여 정도 등을 고려하도록 했다. 사용자가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개별 노동자의 불법행위를 일일이 가려내 입증해야 한다는 뜻이다. 경제력이 부족한 노조와 근로자가 법원에 배상액 감면을 청구하는 길도 열렸다. 다만 사용자의 손해배상 소송 남발은 견제하되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은 그대로 물을 수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현장 혼란은 없을까.

“노사 모두 정부, 노무법인 등에 노란봉투법 관련 문의를 쏟아내고 있다. ‘실질적 지배력’의 인정 범위, ‘정당한 쟁의행위’ 판단 기준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세부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나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 사실 공고 등 실무 절차 관련 혼란도 본격화했다. 법원이 구체적 판례를 쌓고 정부가 후속 조치로 지침·시행령을 내놓기 전까지 법의 공백으로 인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 시행 전까지 정부의 후속 조치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세종=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