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수매 대신 전략 작물 직불 확대, 내년 예산 2000억 편성

입력 2025-08-26 00:12

정부가 개정한 양곡관리법(양곡법) 관련 예산 2000억원가량을 내년 예산안에 반영할 예정이다. 법에 담긴 선제적 수급 관리를 위해 쌀 대신 타작물 재배 시 농민에게 직불금을 지급하는 전략작물직불제 예산을 대폭 증액하기로 했다. 지난 정부에서 제기됐던 ‘연간 1조원’ 예산 낭비 추정치의 5분의 1 수준까지 소요 예산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25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기획재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양곡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소요 예산을 편성하기로 했다. 이 중 양곡법 예산으로는 2000억원 안팎을 배정할 계획이다. 개정된 양곡법은 쌀 생산량이나 가격 하락 폭이 기준치를 넘으면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초과 생산분을 매입하는 등의 대책을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존 예상치보다 예산 소요가 큰 폭으로 줄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22년 12월 보고서를 통해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양곡법 개정안 통과 시 2022~2030년 9년간 연평균 9666억원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보고서 전망치와 현실이 달라진 이유는 양곡법에 절충안이 담겼기 때문이다. 이번에 개정된 양곡법은 당정 협의를 거치며 의무 매입에 앞서 쌀 생산량 수급을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로 담겼다. 실제 내년 예산안에는 쌀 매입이 아닌 수급 관리용 예산이 반영됐다.

수급 관리 수단으로는 전략작물직불제를 택했다. 전략작물직불제 예산을 올해(2440억원) 대비 82.0% 늘린 4440억원가량 배정해 벼 대신 타작물 재배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벼 재배 면적이 줄수록 쌀 의무 매입에 재정을 투입해야 할 부담이 줄어든다. 이날 기준 쌀 한 가마니(80㎏) 평균 도매가는 22만3680원이다.

다만 근본적 해법으로 보기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대다수 농가는 전략작물직불제 지원을 받기 위해 벼 대신 ‘논콩’을 재배한다. 논에서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이 한정된 탓이다. 이에 따라 올해 논콩 재배 면적은 전년 대비 46.7%나 급증했다. 내년 예산이 증액되는 만큼 논콩 면적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논콩 역시 쌀처럼 과잉 공급 품목이어서 생산량이 늘수록 수급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과잉 생산 유발에 2000억원을 투입한다는 비판을 피하기가 힘들다.

양곡법과 함께 국회를 통과한 농안법 예산으로는 내년에 약 300억원을 편성할 예정이다. 농안법 역시 법 적용 대상 농산물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하락하면 재정으로 차액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는 ‘가격안정제’ 소요 예산이 필요하다. 다만 법 통과 시점부터 1년 이후 발효돼 내년 예산안에는 생산 지원 관련 예산만 반영된다. 이 역시 향후 재정 소요가 더 늘 우려가 있다. 정부 관계자는 “내후년부터 수백억원 정도 가격안정제 소요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