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세에 과징금까지… 4대 은행 최대 4.6조 실적 증발 위기

입력 2025-08-26 00:51

4대 시중 은행의 향후 실적이 최악의 경우 총 5조원 가까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경쟁 당국과 금융 당국의 천문학적 과징금 부과가 나란히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배드뱅크 출범 협력과 교육세율 인상 등 부담을 추가하는 악재들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삼성증권의 은행권 업황 전망 리포트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세전 이익은 배드뱅크 출범과 교육세율 인상, 담보인정비율(LTV) 정보교환 담합 과징금,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과징금 등 ‘4대 악재’의 영향으로 2조6119억~4조5664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해당 은행들의 연간 실적을 기준으로 최소 10.5%, 최대 18.3%에 이르는 타격이 발생하는 셈이다.

4대 악재 중 특히 큰 파장이 예측되는 사안은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 당국의 제재다. 공정위는 4대 은행이 LTV 관련 정보를 서로 교환해 대출 한도를 낮추고 소비자의 신용대출을 유도하는 식으로 이익을 부풀렸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올해 안으로 1조~2조원 안팎의 과징금을 부과할 것이라는 예측이 대두되고 있다. 4대 은행 세전 실적의 약 4~8%에 해당하는 규모다.


홍콩 H지수 ELS 대규모 손실 사태 역시 조 단위 과징금 부과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최근 금융 당국은 해당 금융소비자보호법상 과징금 규모 산정 기준을 수수료가 아닌 판매금액으로 삼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 경우 4대 은행이 부담하는 과징금은 홍콩 ELS 판매액의 30%만을 불완전판매로 취급하더라도 과징금 비율이 25%일 때 9545억원, 최대한도인 50%에서는 1조9090억에 이르게 된다.

배드뱅크 출자와 교육세율 인상 역시 은행권의 어깨를 짓누르는 대형 악재다. 배드뱅크의 경우 가계대출 시장 점유율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4대 은행이 합계 2471억원을 출자하게 된다. 다만 삼성증권은 출자 전액을 손실액으로 취급하더라도 4대 은행의 관련 손실은 1483억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중 988억원은 상각채권 매각 이익으로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4대 금융지주의 연결 이자수익을 바탕으로 산출한 교육세 추가 부담분은 합계 5092억원 수준으로 예측됐다.

여기에 금융권의 ‘이자 장사’를 억제하려는 금융 당국의 위험가중치 개편 논의도 향후 은행권의 부담을 가중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융 당국은 추가적인 가계대출 관리 대책의 일환으로 주택담보대출에 적용하는 위험가중치를 현행 최저 15%에서 25% 수준까지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당 조치가 실행될 경우 4대 은행의 자본비율은 평균 0.51% 포인트 낮아지게 된다.

김재우 삼성증권 팀장은 “각각의 사안이 은행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전반적으로 제한적”이라면서도 “이를 모두 합한 영향은 투자심리를 저해하기 충분한 수준으로 커진다”고 평가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