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대해 “당장 일거에 실현 가능한 목표인가. 비현실적이란 건 누구나 다 인정하고 있다”며 “일단 멈추고, 축소하고, 종국에 가서는 비핵화를 하는 게 맞는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공군 1호기 기내간담회에서 “이 얘기는 제가 한 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서 합의한 핵심적 내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핵 동결·축소·비핵화 3단계 로드맵을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제가 얘기하니까 갑자기 새로운 것처럼 느끼는 분들이 있는 거 같은데, 그렇지는 않다”며 “결국 그렇게 갈 수밖에 없지 않나. 유턴하려면 일단 가다가 멈춰야 하고, 속도를 줄이고, 반대 방향으로 가야 원래 출발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나아가 세계 평화를 위해서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려운 길이기는 하지만 당연한 얘기라서 당연히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북한 비핵화 문제를 논의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자주 있는 기회가 아니므로 제한 없이 필요한 이야기는 다 해볼 생각”이라며 “북한 문제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니까 핵, 북한 등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관한 것은 누가 하든 한 번쯤은 해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자신을 비난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에 대해선 “연연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공식 담화에서 제가 위인이 되기 어렵겠다고 말한 것을 보고 ‘내가 위인이 되길 기대하나 보다’라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며 “화가 나거나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강을 건너야 하는데 ‘왜 이 강이 넓고 깊으냐’고 원망한들 아무 의미가 없다. 우리는 그냥 강을 건너야 한다”며 “김 위원장이든, 김 부부장이든 그들의 입장이 있을 거다. 그것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그들 입장을 고려해 우리가 지향하는 대로, 강력한 국방력과 억제력을 기반으로, 대화와 소통으로 군사적 충돌 위협을 최소화하고, 한반도 평화를 최대한 확보해 경제안정도 누리고 국민 불안도 줄이고 충돌 위험성도 줄이면 대한민국 이익에 부합한 것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것을 생각하고 일부 표현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다. 큰 흐름 중에 한 돌출 부분 정도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비상계엄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 (윤석열정부가) 북한을 심히 자극했던 것 같은데, 북한으로서는 참으로 참기 어렵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한편으로 한다”며 “그쪽 편 드는 종북이라는 소리가 절대 아니고, 외교안보 정책을 판단하다 보면 상대 입장을 생각 안 할 수가 없다”고 부연했다.
워싱턴=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