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하루 만에 ‘원청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하청업체들의 집단행동이 나타나고 있다. 개정법 시행까지 6개월이 남았지만 산업현장에선 벌써부터 노란봉투법 후폭풍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제철 하청업체 직원들로 구성된 전국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25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짜 사장 현대제철은 비정규직과 교섭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에서 사내 하청 노동자에 대한 현대제철의 사용자 지위를 인정하는 판결이 내려진 뒤에도 시정된 내용이 없다며 비정규직 직접 고용을 요구했다. 또 24일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비정규직 노조를 상대로 한 2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하청업체에 대한 원청업체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조·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원청과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하청업체도 원청에 임금, 복지, 고용 안정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27일 현대제철을 상대로 한 불법파견 및 교섭 거부 부당노동행위 고소장도 검찰에 접수할 예정이다. 고소 참여자는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1890명 전원으로, 전체 조합원이 집단고소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러한 하청 노조의 집단행동은 산업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네이버 산하 6개 자회사 노조도 27일 경기도 성남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원청과의 직접 교섭을 요구할 계획이다. 전국택배노조 역시 ‘진짜 사장과의 교섭’을 전면에 내걸고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 협력사인 이앤에스 노조는 통상임금 지급 문제로 사측과 갈등을 빚던 중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등과 함께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인 삼성전자가 직접 나서라”고 요구한 바 있다.
재계는 다단계 협력 구조로 이뤄진 자동차·조선·철강·건설 업계를 중심으로 노란봉투법 파장이 더 거세게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한다. 국내 주요 조선소 사업장 노조로 구성된 조선업종노조연대는 지난달 HD현대·한화오션 등 원청에 조선업 공동 교섭을 촉구했다. 자동차 업계 역시 노란봉투법 통과로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타결이 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영계는 법 시행 전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개념을 명확히 하는 보완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거듭 호소하고 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