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행 우편물까지 관세… 역직구 시장 ‘찬물’

입력 2025-08-25 18:36 수정 2025-08-25 18:37

K콘텐츠 열풍을 타고 고속 성장하던 한국의 역직구 산업 전반에 적신호가 켜졌다. 미국이 오는 29일부터 800달러(약 111만원) 이하 소액 수입품 면세를 전면 폐지하면서다. 각국의 우정사업본부들은 미국행 소포 접수를 잇달아 중단하고 나섰다. 미국시장을 주로 공략해 온 K푸드·뷰티·패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가격 경쟁력 약화와 물류비 부담이라는 이중 압박을 피하기 어렵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우정사업본부는 25일 미국행 항공소포 접수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26일부터 미국으로 가는 ‘국제특급우편’(EMS) 접수를 받지 않는다. 영국과 프랑스, 덴마크, 이탈리아, 호주, 태국 등도 미국행 소포 배송을 중단했다. 우체국 관계자는 “미국의 승인을 받은 관세 대납업체와 연계를 추진하는 등 1~2달 이내 기존과 유사한 품질과 가격으로 우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배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드 미니미스’(De Minimis·소액면세제도) 폐지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있다. 서류나 편지 등을 제외한 모든 미국행 우편물은 신고와 관세(15%) 부과 대상이 된다. 미국은 지난 4월 중국·홍콩발 소포에 대해 무관세 적용을 철회한 데 이어, 오는 29일부터는 드 미니미스를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역직구 시장의 성장에 제동이 걸릴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리테일 테크 기업 컬리는 최근 미국에서 ‘컬리 USA’라는 이름으로 역직구 서비스를 시작하며 기대를 모았으나 예기치 못한 정책 변화가 ‘복병’이 됐다. 컬리 측은 “전반적으로 부과되는 관세에 대한 가격 반영이 곧 있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격 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뷰티업계 역시 저마진 대량 판매 구조상 관세 장벽이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역직구액 1조7225억원 가운데 미국의 비중은 전체의 20%로, 중국(56.8%)에 이어 2위였다. 미국 역직구액은 2019년부터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76.0%에 달했다.

K컬처 유행으로 과자 등을 미국 팬에게 ‘역직구’하는 거래업체들도 비용 증가를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미국 내 한국 식료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마이K마켓’(myKmarket) 등 현지 식료품몰은 “추가 통관 수수료는 구매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공지를 띄우는 등 비상이 걸렸다. 지난 2분기 ‘음·식료품’ 역직구 거래액이 2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8% 증가하며 높은 성장세를 보이던 흐름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다.

중국의 알리, 테무 등 C커머스의 무서운 성장세 역시 위험 요소다. 지난 1~7월 알리익스프레스 결제액은 8109억원(전년 동기 대비 13.8%), 테무는 4252억원(43.7%)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이 한국 중소기업의 대미 수출 경쟁력을 압박하는 동시에, C커머스 저가 공세가 내수 시장마저 흔들어 국내외 안팎으로 이중고에 내몰리는 상황이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