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 독립 34주년 맞은 우크라 “100년 뒤에도 독립 기념”

입력 2025-08-25 18:59
우크라이나 독립 34주년인 24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에서 시민들이 전쟁 종식과 평화를 기원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3년6개월째 전쟁을 치르는 가운데 24일(현지시간) 독립 34주년을 맞았다. 개전 후 처음으로 추진되는 교전국 간 정상회담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항전 의지를 거듭 확인하며 “독립을 후대에 물려주겠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영상 연설에서 “우리는 주저할 시간도 없이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고 무기를 들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강한 (러시아) 군대를 막아내고 있다”며 “우리는 이 땅에서 100년 뒤에도 독립을 기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러시아가 ‘타협’이라고 부르는 수치를 강요당하지 않겠다. 우리는 정의로운 평화를 요구한다. 우리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겠다”며 “아직 승리하지 못했지만 패배하지도 않았다. 강하고 평등하고 독립적인 우크라이나, 유럽의 일원인 우크라이나는 후대에 계승할 목표”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옛 소련 붕괴 직후 의회에서 독립선언법을 채택한 1991년 8월 24일을 독립기념일로 지정해 기려 왔다.

뉴욕타임스는 “1991년 우크라이나 국민투표에서 92%가 독립에 찬성했다”며 “현재 러시아에 점령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주민도 당시에는 과반이 찬성표를 던졌다”고 전했다.

젤렌스키는 이날 엑스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찰스 3세 영국 국왕 등 각국 정상들의 축전을 공개하고 일일이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축전에서 1992년 양국 수교를 언급하며 “평화와 재건이 조속히 이뤄지길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는 “따뜻한 축하를 보낸 이 대통령에게 감사하다”며 “한국의 지지와 재정·인도적 지원을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2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에펠탑에 우크라이나 국기 색상의 조명이 투사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굴하지 않는 정신과 용기는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준다. 미국은 여러분의 희생을 기억한다”며 “미국은 지속적 평화로 이어질 수 있는 협상을 통한 해법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을 맞아 축전을 보냈다.

이날 키이우를 깜짝 방문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젤렌스키와 회담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파병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트럼프가 예고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젤렌스키의 ‘2주 내 정상회담’은 러시아의 시간 끌기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NBC 방송 인터뷰에서 “양자 회담은 계획되지 않고 있다. 안전보장과 영토 분쟁 등의 현안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NBC는 “전쟁 종식을 빠르게 이루려던 트럼프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고 전했다.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은 NBC 인터뷰에서 “우리는 러시아의 행동을 통제할 수 없다”면서 “그러나 우리가 믿는 건 여전히 많은 카드가 있다는 것이다. (대러시아) 제재가 테이블에서 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