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플은 이벤트가 만들고 상권은 체류와 일상이 완성”

입력 2025-08-25 18:48

“핫플은 이벤트가 만들고, 상권은 일상이 완성합니다. 불씨는 누구나 붙일 수 있지만 온도를 유지하려면 설계가 필요해요.”

조훈희(사진)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상권컨설팅사 투에이치파트너스 대표)의 말이다. 조 교수는 지난 22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최근 대전 상권의 반전에서 ‘상권 설계의 중요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성심당·야구와 같은 팬덤형 콘텐츠가 불씨를 지폈지만 이것만으로는 오래 가는 상권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성심당 사례처럼) ‘빵’이 아니라 ‘그 집 빵’을 먹으러 오듯 방문객의 다음 한 시간을 책임질 놀거리와 접근성, 머무를 곳 등이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명한 가게는 하나의 ‘점(店)’일 뿐이다. 이 점들이 길처럼 이어져 ‘권(圈)’이 될 때야 비로소 ‘살아 있는 상권’이라는 것이다. 그는 군산 이성당, 목포 코롬방제과 등을 잠재적 앵커로 꼽으면서도 “연결 조직 없이는 파급이 짧다”고 지적했다.

상권의 힘은 일시적인 유입이 아니라 ‘체류’와 ‘회전’에서 결정된다는 게 핵심이다. 그는 일본 도시재생 담론의 ‘관계인구’ 개념을 언급하며, 결국 단골이 상권을 키운다고 봤다. “예컨대 서울 주민이 강원도 직장이나 취미로 매주 그곳을 찾는다면 강원도의 관계인구로 볼 수 있듯 취미나 심리적 안정 등 개인에게 돌아오는 보상이 있어야 재방문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통계상으로 보면 국내 상권의 경우 체류 가치 확보가 미흡한 편이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와 해외여행 선호도는 각각 39.0%, 38.4%로 비슷했지만 국내여행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8.3점으로 해외(8.7점)보다 낮았다. 20대 이하는 해외(48.3%)를 국내(28.6%)보다 뚜렷하게 선호했다. 조 교수는 “2030세대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건 국내에서 차별화된 ‘경험 언어 제공’이 아쉬웠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상권의 위험 요소로 4050세대 창업자의 관성과 2030세대 소비자의 언어가 어긋나는 ‘세대 수요의 괴리’로 진단했다.

소셜미디어에서 촉발된 상권의 한계 역시 짚었다. 속초 흠뻑쇼와 양양의 서핑 문화, 충남 예산시장 등은 단기간 엄청난 인파를 불러왔지만 더 신선한 대체재가 등장하면 빠르게 이탈하며 반감기가 짧았다. ‘단계별 전환’의 필요성이 제시되는 대목이다. 처음 ‘하이프 단계’에서는 이벤트로 주목을 끌고, ‘정착기’에는 로컬 카페와 식당, 공연과 협업하는 등 방문객에게 “오면 늘 새롭다”는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성숙기’에는 지역의 자연·역사·문화 등 스토리를 입혀 장소 자체가 경험되도록 설계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러한 접근은 결국 상권의 자본구조 전환으로 귀결된다. 조 교수는 “건물주가 임대료만 받는 ‘하드웨어’ 오너에서 콘텐츠에 공동 투자·기획하는 플랫폼 오너로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건물주가 문화·체험 프로그램에 적극 투자함으로써 공간의 체류 가치를 높이는 새 모델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상권의 핵심 열쇠가 될 거란 진단이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