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로 화장품 개발”… 사회문제 해결하고 돈도 번다

입력 2025-08-26 00:41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 돈을 버는 시대가 됐다. 기후위기, 빈부 격차, 청년 취업, 노동시장 불균형 등 갈수록 복잡해지는 사회 문제가 기업 운영에도 심각한 도전으로 부상하면서 기업도 단순 이윤 창출을 넘어 더 나은 성장 방식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사회적 가치 창출이 이제는 기업의 생존과 혁신을 위한 필수 전략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국민일보는 사회에서 ‘맞춤형 해결사’ 역할을 하며 이윤도 만들어내는 기업들, 이런 성과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사회적 생태계를 키워나가는 기업들의 행보를 소개한다.


사회적 기업 ‘스타스테크’는 해양 폐기물인 북태평양 불가사리를 원료로 친환경 제설제를 개발했다. 번식력이 강하고 전복 홍합 등 각종 어패류를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 어민들의 골칫거리였던 불가사리를 새로운 자원으로 활용한 것이다. 불가사리의 다공성 구조체를 이용한 제설제는 염화칼슘과 비교해 도로 부식이 덜했고 연간 300~400t의 불가사리를 재활용하면서 폐기물 발생도 크게 줄였다. 스타스테크는 불가사리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얻은 콜라겐은 화장품 원료로, 부산물은 액상비료 원료로 활용하는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해 가는 중이다.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시장에도 진출해 창업 7년 만인 지난해 27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금은 국내 기후테크의 선두주자로 평가 받고 있다.

청년 세대의 은둔과 고립 문제를 해결하는 데 꽂힌 기업도 있다. 2022년 문을 연 ‘안무서운회사’는 국내 약 54만명으로 추산되는 은둔·고립 청년들을 위한 셰어하우스를 운영하고 그들의 재기를 지원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지체장애 스포츠선수, 청각장애 뮤지션, 뇌병변장애 모델 등 30여명의 운동선수·아티스트가 소속된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는 국내 최초 장애인을 위한 연예 기획사다. 장애가 장애가 되지 않는 세상을 꿈꾸며 다재다능한 장애인들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중간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SK그룹의 ‘사회성과 인센티브’(SPC)와 연결돼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SPC는 SK그룹이 사회 문제 해결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과 협력해 사회적 가치 생태계를 확장해 가는 프로젝트로, 올해 10년을 맞았다. SPC는 최태원 회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최 회장은 2013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가치를 측정하고 이를 화폐 가치로 환산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SPC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했다. 그는 2014년 발간한 저서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에서 “나는 사회적 기업에서 기업이 추구해야 할 가치, 나아가 우리 모두가 꿈꾸는 ‘푸른 사회’의 싹을 보았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SK그룹은 비영리재단인 사회적가치연구원을 통해 지난 10년간 468개 사회적 기업에 715억원의 현금 인센티브를 지급했다고 25일 밝혔다. SPC 참여 기업들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면서 만들어낸 사회적 가치는 약 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2018년 SPC에 합류한 스타스테크도 지금까지 118억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평가돼 16억원 가량의 인센티브를 받았다.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 제정으로 정부 인증을 받은 초창기 사회적 기업들은 주로 취약계층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주력했다. 지금은 환경 오염, 지역 소멸, 문화 소외 등 보다 복잡하고 광범위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확장됐다. 지난달 기준 고용노동부 인증을 받은 사회적 기업은 3715곳에 달한다.

인구 소멸을 겪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도 가세했다. 서울시를 비롯해 경기도 화성시, 강원도 춘천시, 경상남도, 전라남도, 제주도 등 6개 지자체는 SPC의 성과 측정·보상 체계를 활용해 91개 사회적 기업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지난해 6월 ‘사회적경제기업 사회성과 측정 및 보상사업에 관한 조례안’을 의결해 사회 성과를 금전적으로 보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