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살인범죄 388건 중 70건은 범행 전 여성폭력 있었다

입력 2025-08-26 00:02
연합뉴스

올해 발생한 살인범죄 5건 중 1건은 범행 전 가족·연인에 의한 여성 폭력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최근 급증하는 ‘관계성 범죄’의 심각성을 고려해 접근금지 명령 위반 여부를 자동으로 인식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한 감시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가해자를 대상으로 전자발찌 신청과 같은 보호조치도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25일 경찰청이 밝힌 관계성 범죄 종합대책에 따르면 올 1~7월 발생한 살인사건 388건 중 70건(18%)에서 실제 범행 전 가정·교제폭력, 스토킹 등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70건 중 사전 신고 이력이 없는 경우는 40건(57.1%)에 달했다.

경찰은 내년부터 접근금지 처분 대상자가 피해자에 전화·문자 등으로 연락하면 이를 자동으로 인식해 위반 사실을 경찰에 통보하는 앱을 도입할 계획이다. 앱을 통한 감시체계가 구축되면 법원 결정 등이 필요한 전자장치보다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진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2027년까지는 재범 가능성을 예측하기 위한 인공지능(AI) 기반 시스템도 개발할 예정이다. 현재는 경찰 내 관계성 범죄 관련 가해자·피해자 정보가 한 곳으로 모아지지 않아 데이터 분석이나 활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AI를 통해 피해자 신고·통화 내역 등을 학습시켜 고위험 피해자를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개명 경찰청 여성안전기획과장은 “목을 조르는 행위는 통상 사건에선 경미한 폭력 행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학계 등에선 관계성 범죄의 경우 살인사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AI가 포괄적으로 정보를 수집해 인간이 놓칠 수 있는 사소한 내용의 위험 신호까지 판단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런 시스템 구축 전에는 초동 대응을 한층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가해자를 대상으로 전자발찌 부착이나 유치·구속을 신청해 피해자와 격리토록 하고 접근금지 처분을 받은 재범 고위험군 주변엔 기동순찰대를 집중 배치키로 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상 형 감면대상에 스토킹 범죄를 추가해 현장 집행이 원활하도록 법규도 정비할 계획이다. 관계성 범죄 특성상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거나 취소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하면 현장에서 대응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한 조치다. 경찰 관계자는 “가해자에 대한 잠정조치나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경우, 격리조치 기간이 종료된 경우에도 피해자 모니터링을 의무화하고 민간경호·CCTV 설치 등 안전조치를 병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