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일방적 요구… 쉽게 바꾼다 할 수 없어”

입력 2025-08-25 18:56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 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25일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일방적으로 바꾸자고 하는 것을 우리가 쉽게 ‘바꾸겠습니다’ 할 수는 없다”며 “국익을 지켜내고 더 나은 상황을 만드는 게 제가 할 일”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미국이 일방적인 요구를 해오고 있음을 내비치며 “국익을 지켜내고 더 나은 상황을 만드는 게 제가 할 일”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정상회담 개최 직전까지도 관세 협상 세부 내용은 물론 국방비·방위비 증액과 양안 문제를 염두에 둔 대중 견제 동참 등 안보 분야까지 전방위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에서 미국 워싱턴DC로 가는 공군 1호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양국 간 협상 결과가 대한민국에 유리하게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는 미국 측 시각이 분명히 있다”며 “그래서 좀 바꾸자는 요구도 미국 각 부처 단위로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의 기본적 입장은 당시 다 함께 논의해 큰 합의를 미국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고 양국 정상이 상호 승인해 확정됐다는 것”이라며 “(미국이) 일방적으로 바꾸자고 하는 것을 우리가 쉽게 ‘바꾸겠습니다’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미 타결한 관세 협상에서 제외됐던 쌀·소고기 개방 카드도 다시 꺼내 드는 등 막판 ‘뒤집기’를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나서자 대통령실은 대통령비서실장·국가안보실장·정책실장까지 모두 미국 현지 협상에 투입해 총력전을 펼쳤다. 한 여권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이 같은 협상 태도를 두고 “지난번 제외하기로 합의한 것들까지 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시 꺼낸다는 건 국제사회의 정상국가로서는 할 일이 아니다”며 “그래도 판을 깨려는 것보다는 협상 우위를 점하려는 시도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협상이 체결돼 각 국가의 국회 승인을 받아 정식 조약으로 도장을 찍은 다음에도 언제든 바꾸자는 요구가 있을 수 있고,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실제 일부 바꾸기도 했다”며 “대한민국에 유리한 새 의제를 제기하거나, 쉽지는 않지만 기존 합의를 우리에게 유리하게 바꾸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현재 외교 지형도에 대해서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유가 조금 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과할 만큼 국가 중심, 자국 중심 시점”이라며 “우리 역시도 대한민국 국익을 지키기 위해 과거보다 몇 배 더 노력이 필요한 거 같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 국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대한민국 국익이 최대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점이 어렵다”며 “그런 어려움조차도 이겨내고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키고 더 나은 상황을 만드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동맹 현대화와 관련해선 “유연화 요구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로서는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주한미군의 미래형 전략화 등의 논의는 우리로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각하는 것처럼 (분위기가) 험악하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최승욱 기자, 이동환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