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 4.5일제 위해 ‘황제 파업’하려는 억대 연봉 금융권

입력 2025-08-26 01:20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주 4.5일제 도입을 위해 다음 달 총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혀 논란이다. 9월 1일 쟁의행위 찬반 투표, 16일 총력투쟁 결의대회, 26일 총파업 돌입이라는 구체적 일정표까지 최근 제시했다. 정부가 주 4.5일제 공약을 내세우자 이에 편승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생고가 극심한 지금 억대 연봉의 금융맨들이 근로시간 줄이려 파업하겠다는 걸 어느 누가 수긍할 수 있겠나.

금융노조는 저출생과 국내 관광산업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주 4.5일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취지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그걸 왜 금융권이 앞장서야 하는지 의문이다. 주 5일제를 금융계가 2002년 먼저 도입했다는 점도 내세운다. 하지만 당시에도 외환위기 이후 혈세로 살아난 은행들이 근로시간 단축에 먼저 나서는 게 맞냐는 비판이 적잖았다.

금융권은 내수 부진, 제조업 침체 상황에서 사실상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금융노조의 주력인 KB·신한·하나·우리 4대 금융그룹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반기 기준 최대인 10조원을 넘어섰다. 4대 은행 직원들이 상반기 수령한 평균 급여액도 6350만원으로 삼성전자(6000만원), 현대차(4500만원)를 앞섰다. 연봉으로 치면 1억2000만원이다. 혁신·창의적 노력으로 성과를 따냈다면 모르겠으나 수익 대부분은 예대금리차에 편승한 ‘땅 짚고 헤엄치기 식’ 영업 덕이었다. 남보다 쉽게 돈벌면서 일은 적게 하겠다고 파업을 들먹이는 노조의 주장은 그래서 배부른 투정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근로시간 단축은 고령화, 기술 발전 등으로 불가피한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여기엔 노동시장·임금의 구조 변화가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무턱대고 주 4.5일제를 도입하다간 생산성 저하를 피할 수 없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조만간 0%대에 진입할 거라는 예상이 많기에 우리로선 더욱 신중해야 한다. 금융노조는 지난해 출근 시간을 30분 늦춰달라며 총파업을 추진하려 했다. 주 4.5일제는 가뜩이나 국민 정서와 괴리되는 행보를 보여 온 고임금 특권집단이 불쑥 내세울 사안이 아니다. 자중하고 사회적 합의를 기다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