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사진) 전 대법관이 25일 췌장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향년 69세.
1956년 광주에서 태어난 이 전 대법관은 광주제일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77년 제1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83년 인천지법 판사로 법관생활을 시작한 고인은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지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제주지법원장과 인천지법원장 등을 역임했다.
고인은 2006년 수석부장판사 재직 당시 형사소송법 원칙에 입각한 공판중심주의 정착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고인이 후배 판사들에게 보내는 메일에서 “법원과 검찰, 변호사는 같은 배를 탄 동지가 아니다” “검사는 수사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법정에서 유죄 입증에 최선을 다하라” 등의 소신을 밝힌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고인은 행정처 차장으로 재직하던 2011년 양승태 전 대법원장(당시 대법관)의 후임으로 대법관에 임명됐다. 대법관 재직 시절에는 보수 성향이 짙어졌던 대법원에서 진보 성향의 목소리를 내는 데 앞장섰다. 대법원이 2012년 시국선언을 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간부들에게 유죄 판결을 확정했을 당시 고인은 “정부 정책 등에 개선을 요구한 것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고인은 2017년 대법관직을 퇴임하며 “사법의 핵심 임무는 각종 권력에 대한 적정한 사법적 통제”이며 “공판중심주의라면서도 실제로는 수사기록중심주의로 재판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소신을 강조하기도 했다. 퇴임 후에는 사법연수원 석좌교수, 개인 변호사를 거쳐 2020년부터 김앤장법률사무소에 적을 뒀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