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제폭력이 결국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경찰이 뒤늦게나마 종합대책을 내놓은 것은 다행이다.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교제폭력은 단순한 개인 간 다툼이 아니라 예고된 범죄이자 사회 구조적 문제다. 피해자들이 신고를 주저하는 특성상 사건이 은폐되기 쉽고, 강력범죄로 빠르게 번지는 경우가 많다. 적극적인 초동 대응으로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찰은 25일 가정폭력·아동학대·스토킹·교제폭력 등 ‘관계성 범죄’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가해자에 대해 전자발찌·유치·구속영장을 동시에 신청하고, 재범 고위험군에는 기동순찰대를 집중 배치한다는 것이다. 피해자 모니터링을 의무화하고 CCTV 설치와 민간 경호 등 안전조치도 강화한다. 특히 접근금지 처분을 위반하면 자동으로 경찰에 통보되는 앱, 인공지능(AI) 기반 재범 예측 시스템 구축 계획은 눈길을 끈다. 교제 폭력은 반복성과 일정한 패턴을 보이기에 데이터 분석을 통한 조기 차단이 가능하다면 비극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기술이나 제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무엇보다 경찰과 사법당국의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교제 폭력은 사적인 분쟁이 아니라 살인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 범죄라는 관점이다. 실제로 올해 벌어진 살인범죄 388건 가운데 70건은 가정·교제폭력, 스토킹 등 여성폭력 전력이 있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상당수가 보호조치 대상이었음에도 범행을 막지 못했다. 신고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피해자 진술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일단 가해자를 격리해야 재범이나 강력 범죄를 막을 수 있다.
피해자 보호도 더욱 두텁게 이뤄져야 한다. 물리적 안전망뿐 아니라 장기적 상담·지원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피해자가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