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왕복 6시간. 경기도 평택에서 서울의 병원까지 오가는 길은 다섯 살 최효준군에게 끝없는 여정처럼 느껴진다. 병원 가는 길이 조금이라도 덜 지루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소원을 들은 이도열(27) 전도사는 지난 19일 직접 최군을 찾아가 차량에 태블릿PC와 거치대를 설치했다. 차 안에서도 영상을 보며 웃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어릴 적 희귀암 투병을 하며 소원을 빌던 환아였던 그는 이제 ‘도위시(DoWish)’라는 이름으로 난치병과 장애를 지닌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사역자가 됐다. 희망을 선물하는 ‘소원 메신저’ 이 전도사는 지난 22일 서울 강동구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자신이 걸어온 길을 담담히 털어놓았다.
이 전도사가 소아암 판정을 받은 건 아홉 살이던 2006년. 초등학교 2학년 때 희귀암인 ‘횡문근육종’ 진단을 받았다. 종양이 얼굴뼈와 신경을 감싸 수술조차 불가능하다는 의사의 말은 어린아이에게 이해하기 힘든 언어였다. 병원을 나서며 눈물을 터뜨리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서야 상황이 심각함을 깨달았다.
항암치료를 앞두고 어머니는 병원 교회에서 주기도문을 1000번 암송하며 눈물로 기도했다. ‘아들을 살려 달라’는 간구와 ‘하나님 뜻이라면 순종하겠다’는 고백 사이에서 흔들리던 순간, 이사야 49장25절 “네 자녀를 내가 구원할 것임이라”는 말씀이 떠올랐다. 이 전도사도 “거두어 가시는 게 뜻이라면 순종하겠다”면서도 “하지만 살려주신다면 하나님을 위해 살겠다”고 기도했다.
3년 넘는 치료는 길고 고통스러웠지만 그는 끝내 회복했다. 하나님과의 약속대로 결국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따라 목회자의 길에 들어섰다. 장로회신학대 신학대학원을 마친 그는 최근 목사고시에 합격했다.
소원을 빌던 환아에서 소원을 들어주는 전도사가 된 것도 그때의 경험과 맞닿아 있다. 투병 당시 메이크어위시재단으로부터 받은 선물은 무선비행기 장난감과 더불어 경비행기 체험이었다. 하늘을 가르던 순간 투병의 두려움을 잠시 잊었다. 살고 싶다는 희망을 얻었다.
완치 판정을 받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그는 정기검진 때마다 병동을 찾아가 치료 중인 아이들과 가족을 격려했다. 한 환우의 가족이 “당신을 보니 우리 아이도 나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손을 붙잡고 울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하지만 대학 진학과 코로나19 팬데믹이 겹치며 봉사도 잠시 중단됐다. 그러다 과거 위로했던 환아의 재발 소식을 듣게 됐다. 그 아이에게서 “당신이 준 작은 떡이 힘이 됐다”는 말을 전해 듣고 나서 다시 사역을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도위시’란 이름으로 유튜브 사역 채널을 개설했다. 이도열의 ‘도’와 희망을 뜻하는 ‘위시’를 합쳐 “먼저 받은 희망을 선물합니다”란 의미를 담았다.
이 전도사는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아 희귀암 어린이의 소원을 이뤄주고, 유튜브 조회수 수익도 모두 환아들을 위해 쓰고 있다. 그는 “투병 시절 제가 받은 사랑과 은혜를 그저 흘려보내는 통로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