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5일 ‘2차 상법 개정안’을 여당 주도로 처리했다. 이번 개정안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분리 선출 감사위원 확대를 담고 있다. 지난달 본회의를 통과한 ‘이사 충실의무 확대법’에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1단계 상법 개정 5대 과제가 일사천리로 입법화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소액주주 권익 강화와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를 명분으로 내세운다. 그런 점에서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계는 경영권 위협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국민의힘은 ‘경제 내란법’으로 규정하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사 수에 비례해 의결권을 몰아주는 집중투표제는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나 경쟁사의 경영권 개입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노란봉투법 처리 과정에서와 마찬가지로 상법 개정 역시 민주당이 듣고 싶은 주장만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행태를 반복해 탄생한 결과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재계는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 장치 도입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이런 분위기라면 보완 장치 마련도 쉽지 않아 보인다.
재계에서는 경영권 위협 불안감 속에 해외로 눈을 돌리거나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을 규제 대상으로 정한 이번 법안 때문에 성장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피터팬 증후군’ 기업이 속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는 미래 성장동력을 멈추게 하는 등 경제 전반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민주당은 1단계 개정이 마무리되자 곧바로 2단계 상법 개정안 추진에 착수했다. 자사주 소각, 스튜어드십 코드, K디스커버리제 도입 등을 통해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는 내용이다. 이는 개별 기업의 경영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지배구조 선진화만 강제함으로써 국제 투기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에 국내 기업을 무방비로 노출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한국 자본시장이 아직 선진국 수준의 제도적 안정성과 투자문화 성숙도를 확보하지 못한 현실을 고려하면, 이같은 속전속결식 입법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소액주주와 기업 모두의 이익을 지키려 한다면,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되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시에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고 기업 경영 환경을 고려한 점진적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