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4명 중 1명은 액상 전자담배가 일반담배(궐련)에 비해 덜 해롭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액상 전자담배의 간접흡연 노출에 대한 태도도 궐련에 비해 허용적이어서 실내나 금연구역에서 피우더라도 주변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산학협력단(보건환경연구소, 보건대학원)은 최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제출한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 현황 및 인식 조사 연구보고서’에서 이 같은 대국민 설문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전국 만 19~64세 남녀 3400명 대상으로 올해 2월 담배 제품 사용 행태, 액상 전자담배 위해성 인식, 규제 정책 지지도 등을 물었다. 설문 대상 중 액상 담배 사용자는 571명이었다. 이 중 19~59세 41명에 대해선 액상 담배 사용 여부 및 연령 등을 고려한 6개 그룹으로 나눠 심층 인터뷰(FGI)를 진행했다.
주요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25% 가량(남성 24.2%, 여성 25.6%)이 액상 담배가 궐련에 비해 덜 해롭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런 인식 비율은 액상 담배 사용자(남 51.1%, 여 45.4%)가 비사용자(남 22.1%, 여 24.6%) 보다 높았다.
또 남자 29.8%와 여자 26.3%는 궐련과 비교해 액상 담배에 유해화학물질이 적게 들었을 것이라 답했다. 역시 액상 담배 사용자 집단에서 이런 인식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연구 책임자인 강희원 박사(현 고려대 보건과학연구소 교수)는 25일 “액상 전자담배는 냄새 감소와 좋은 향이 난다는 생각으로 실내나 금연구역에서 간접 노출에 대한 위험 인식이 낮다. 간접흡연 노출자도 궐련 대비 상대적으로 허용적 태도를 보이고 사용자의 죄책감도 적은 편”이라며 “이로 인해 금연구역 정책 집행에 어려움이 초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광고 및 마케팅 노출로 인한 긍정적 이미지 확산과 유해 성분에 대한 낮은 인식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존 담배제품과 유사하게 액상 전자담배의 에어로졸에도 니코틴, 포름알데히드 등 유해 물질이 포함돼 있으므로 간접 노출이 건강 위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합성 니코틴 제품을 담배 정의에 포함해 규제하는 것에 대해 65.7%가 찬성했으며 가향 금지에 대해서도 54%가 동의했다. 또 액상 담배 경고 문구에 유해물질 표기 등을 추가할 경우 81.4%가 액상 담배에 대한 유해성 인식이 높아지고 사용 의도 감소(53.1%), 사용 중단 의지 증가(37.3%)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강 박사는 “액상 전자담배 규제 및 인식 변화를 위해선 성분 분석 정보와 소비자와의 소통이 매우 중요함을 확인했다”면서 “성분 분석 정보 제공은 흡연자 등의 행동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