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주말 동안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법은 기존 노동조합법에 비해 사용자와 노동쟁의 개념을 확대함으로써 단체교섭과 파업의 범위를 확대하고, 노동조합과 근로자의 손해배상 책임은 제한함으로써 불법파업으로 인한 책임은 감면한다. 이는 단체교섭과 쟁의행위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 과정에 영향을 줌으로써 우리나라 노사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입법이 이뤄진 상황에서 법 개정 자체의 당부를 다시 논하는 것은 무의미할 수 있다. 그러나 노란봉투법이 내세우는 목표와 취지를 전제로 하더라도, 실제 시행과정에서 발생할 기존 제도와의 충돌이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개정법은 기존 노동조합법의 체계와 지나치게 달라 혼란이 불가피하다. 개정법은 사용자의 범위를 ‘근로조건에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자’까지 확장했다. 이에 따라 원청회사 등 ‘간접적 사용자’도 교섭의무를 지게 됐다. 그러나 노동조합법의 기본 제도들은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용자 등 ‘직접적 사용자’를 전제로 설계됐기 때문에 안 맞는 부분이 많다.
가령 기존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경우 사용자는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복수노조가 있을 때 사용자와 교섭할 노조를 정하는 절차)를 진행해야 하고, 이를 거부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개정법에 따라 하청노조가 원청회사에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경우에도 교섭창구단일화 절차가 문제되지만,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은 현재로서는 완전한 공백이다. 수천 개의 하청 노동조합이 교섭요구를 하면 모두 단일화해 하나의 테이블에서 교섭할 것인지, 각각 수천 개의 교섭을 할 것인지도 정해진 바 없다. 정부는 시행령, 지침 등으로 보완하겠다지만 이는 입법사항이라 시행령을 통한 보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노사 간의 균형에 관한 고려가 전혀 없는 점도 걱정스럽다. 개정법은 일방적으로 노동조합과 근로자의 권리만 확대했을 뿐 노사관계의 균형을 위한 어떠한 고려도 하지 않았다. 개정법에 따르면 파업의 대상과 목적이 크게 확대되고,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는 불법행위를 하더라도 손해배상 책임이 상당부분 면책될 것으로 예상된다. 심지어 개정법은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항하기 위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의 가해행위는 원천적으로 면책하고 있다. 반면 ‘대체근로제’ 등 노사관계 균형을 위해 사용자 측에서 요구하는 제도는 전 세계 대부분 나라에서 시행되는 것이지만 노란봉투법에서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개정법에 따라 ‘사업경영상의 결정’까지 쟁의행위의 대상이 된 상황에서 기업이 과감한 투자와 고용을 실행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유예기간도 과거 주요 노동조합법 개정 사례에 비춰 보면 턱없이 부족하다. 노동조합법에서 복수노조 금지 규정이 삭제된 것은 1997년 3월이었지만 여러 차례 유예를 거쳐 실제로 제도가 시행된 것은 약 14년 뒤인 2011년 7월이었다. 유예기간 동안 행정부는 교섭창구단일화제를 준비했는데, 나름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한 교섭창구단일화제도 실제 시행 이후에는 무수한 문제를 낳았다. 주5일제는 2003년 9월 국회를 통과했지만, 단계적 시행을 거쳐 최종적으로 시행이 완료된 것은 2011년 7월이었다. 그런데 노란봉투법이 노동조합법의 체계를 송두리째 바꾸면서도 단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둔 것은 처음부터 재개정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렵다.
법은 개정됐지만 여전히 모든 것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우려하는 문제들이 실제로 드러난다면 신속한 보완 입법을 통해서라도 최소한의 준비를 갖춰 나가기 바란다.
구자형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