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람과 동물이 서로를 치유하다

입력 2025-08-26 00:30

우리는 마음의 언어를 통해 동물과 교감한다. 동물은 말없이 우리 곁을 지킨다. 조건 없이 다가오는 존재에 마음속 깊은 상처도 낫는다. 이러한 따뜻한 상호작용이 전문적 치료로 발전한 것이 바로 ‘동물매개치료(Animal-Assisted Therapy·AAT)’다. AAT는 전문가와 치료 매개견이 한 팀이 돼 대상자의 정서적·사회적 기능을 향상시키는 구조화된 중재 활동이다. 단순한 접촉을 넘어 회기마다 목표를 설정해 정서 조절, 사회적 관계 회복, 삶의 활력 증진을 이끌어내는 전문적·체계적 접근이 특징이다.

서울시는 올해 창파동물매개치료연구센터와 함께 AAT 시범사업을 본격 추진하며 동물매개재활사 전문 인력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동시에 지역아동센터 아동, 학교 밖 청소년, 치매 어르신을 대상으로 주 1회 정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아동 프로그램은 자기효능감과 문제해결력 향상이 목표다. 치료 매개견과 함께하는 신체 활동, 감정 표현 훈련, 협동 과제를 통해 관계성을 넓히고 낙관성을 기른다. 학교 밖 청소년 프로그램은 끈기와 문제 해결력을 강화하며 안정적 교감을 바탕으로 삶의 방향을 모색하고 회복탄력성을 높인다. 치매 어르신 프로그램은 인지 자극, 사회적 교류, 정서적 지지를 통해 일상의 활력을 되찾도록 돕는다. 특히 동물과 함께하는 활동은 약물치료로는 얻을 수 없는 정서적 안정과 웃음을 선사한다. 동물교감은 단순 위안을 넘어 교육·복지·치유로 확장되며 사회 전반에 긍정적 파장을 일으킨다.

서울시립동물복지지원센터 동대문에서는 보호 중인 유기견과 함께하는 동물교감치유활동을 운영한다. 학교폭력 피해학생, 고립은둔 청년 등을 대상으로 산책봉사, 간식 만들기, 그루밍 체험 등 일상 속 활동을 진행한다. 이 과정은 유기견에게는 사회화 기회를, 참여자에게는 자존감과 사회적 관계 회복의 계기를 제공한다. 모든 프로그램은 대상자 특성에 맞춰 설계되며, 치료 매개견과 유기견의 건강과 복지는 사전에 철저히 관리된다.

AAT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초등학생은 “강아지가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며 웃음을 되찾았다. 치매 어르신들은 “예전보다 웃음이 많아지고 표정이 밝아졌다”고 전했다. 동대문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청년은 “유기견과 시간을 보내며 나도 누군가를 돌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참여자의 변화는 개인을 넘어 가족과 지역사회에도 긍정적 파급 효과를 낳고 있다. 이는 단순한 위로를 넘어 사람과 동물이 서로에게 주는 긍정적 에너지의 힘을 보여준다. 이 모든 변화는 우연이 아닌, 체계적인 준비와 세심한 운영에서 비롯된다. 전문가의 세심한 계획과 실행, 동물 복지와 윤리를 지키는 노력 위에서 비로소 ‘동물과 함께하는 회복의 시간’이 완성된다. 앞으로 더 많은 시민이 이러한 시간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폭을 넓혀가길 바란다.

한진수
건국대 교수
수의과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