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높여라”… 신한 532·KB 473·우리 180명 줄었다

입력 2025-08-25 00:11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은행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직원 수는 오히려 감소세다. 비대면 금융 거래 확산에 더해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이 본격화하면서 인력 효율화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이 작동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일보가 24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은행의 공시를 분석한 결과 최근 1년간 직원 수가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은 신한은행이다. 지난해 6월 말 1만3072명에서 지난 6월 말 1만2540명으로 532명이 축소됐다. 국민은행은 1만5773명에서 1만5300명으로 473명이, 우리은행은 1만4218명에서 1만4038명으로 180명이, 하나은행은 1만2003명에서 1만1916명으로 87명이 각각 줄었다. 정규직 수만 놓고 보면 신한 548명, 국민 472명, 우리 365명, 하나 127명 순으로 많이 줄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말 신한은행의 충당금적립전이익(3조3079억원)을 기준으로 측정한 1인당 생산성은 2억6378만원에 이른다. 충당금적립전이익은 경기 변동 등으로 발생하는 외부 변수인 충당금 적립액을 계산하지 않아 본업의 인력 효율성을 가장 적확하게 나타내는 지표다. 하나은행은 3조741억원의 충당금적립전이익을 내 1인당 생산성이 2억5798만원을 기록했다. 국민은행(3조5318억원)의 1인당 생산성은 2억3083만원, 우리은행(2조3198억원)은 1억6525만원이다.

은행권은 신규 채용 규모도 줄이고 있다. 지난해 4대 은행이 정기 공채로 뽑은 인원은 모두 1128명으로 전년(1332명) 대비 204명(15%) 적다.

은행권의 인력 효율화 바람에 올해 상반기 퇴직금으로만 약 10억원 이상을 받아간 사람도 나왔다. 각 은행은 상반기 가장 많은 보수를 받아간 5명의 명단을 공개하는데 하나은행에서는 부점장 이상 관리자 직위에서 옷을 벗은 퇴직자가 각각 11억2200만원에서 10억3100만원까지를 받아 1~5등을 모두 차지했다. 이들 중에는 퇴직금으로만 10억6000만원을 받은 사람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8억7600만~9억9600만원)과 우리(9억100만~9억9600만원)도 퇴직자가 보수 지급액 상위 5명 명단을 모두 채웠다.

4대 은행은 퇴직자 일부를 계약직으로 재채용한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희망퇴직 등으로 은행을 떠난 전직자 등을 대상으로 자금 세탁 방지와 집단대출 지원 등을 맡을 계약직 재채용 공고를 냈다. 주 5일, 하루 8시간 근무 조건으로 자금 세탁 방지 담당자에게는 월 257만원을, 집단대출 지원 담당자에게는 월 307만원을 지급한다. 연간 급여를 단순 계산하면 각각 3100만원과 3700만원으로, 계약직을 포함한 국민은행 전 직원 평균 연봉 6900만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4대 은행이 소속된 금융지주의 경우 주요 주주가 대부분 외국 기관 투자자”라면서 “직원 수를 줄여 1인당 생산성을 높이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가는 추세는 실적과 관계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