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가 2년 연속 10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최고 인기 스포츠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전통 인기 구단들의 선전과 역대급 순위 경쟁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기록을 한참 앞당겼다. 사상 첫 1200만 관중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4일 2025 KBO리그 누적 관중이 전날 1008만8590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역대 최초로 1000만 관중을 달성한 데 이어 통산 두 번째이자 2년 연속 기록이다.
최소 경기 1000만 관중을 달성했다. 지난해 671경기 만에 돌파했으나 올해는 587경기 만에 이를 넘어섰다. 무려 84경기를 앞당긴 셈이다. 전체 720경기 중 약 80%가 진행된 시점에서 현 추세를 이어간다면 이번 시즌 총관중은 약 1237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흥행 배경에는 한화 이글스의 돌풍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오랜 기간 하위권에서 머물던 한화가 올 시즌 우승 후보로 부상하면서 암흑기 시절부터 함께해온 팬덤이 폭발했다. 한화는 전날까지 홈경기에서만 101만1110명을 끌어모으며 창단 첫 1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지난해 대비 관중 증감률은 48%로 이 부문 리그 1위다.
올해 새롭게 문을 연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효과도 컸다. 1만7000석 규모의 새 구장은 평균 1만6852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전날까지 치러진 60경기 중 50경기가 매진됐다. 좌석 점유율은 99.1%에 달한다.
‘엘롯기’로 불리는 전통 인기 구단들의 동반 강세도 한몫했다. 선두를 달리는 LG 트윈스를 비롯해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 모두 가을야구 진출권에 자리하고 있다. LG(128만7002명)와 롯데(126만7865명)는 일찌감치 홈경기 100만 관중을 돌파했다. KIA 역시 91만1780명을 기록하며 2년 연속 100만 관중을 눈앞에 두고 있다.
순위 싸움이 절정에 이르면서 흥행 돌풍이 이어지고 있다. 시즌 중반까지 중하위권을 맴돌던 SSG 랜더스와 NC 다이노스가 상위권에 진입했고, 두산 베어스도 가을야구 경쟁에 뛰어들었다. 4위 NC부터 9위 두산까지 승차가 단 5경기에 불과해 역대급 순위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스포츠를 넘어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2030 여성팬들이 몰리면서 ‘가성비 좋은 놀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여름철 시원한 물대포로 무더위를 날리고, 3시간 가까이 응원가를 따라 부르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구장마다 즐길 수 있는 특색 있는 먹거리는 ‘야구장 맛집 투어’라는 새로운 유행을 만들었다.
팬들이 자발적으로 만드는 숏폼 콘텐츠의 입소문 효과도 크다. KBO 관계자는 “중계권을 새로 계약하는 과정에서 젊은 팬들이 야구 관련 2차 영상을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여기에서 파생된 바이럴 효과도 관중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