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 도쿄에서 출국한 24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도 워싱턴DC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 대통령을 수행하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에 이어 강 비서실장까지 출국하면서 매우 이례적으로 대통령실 장관급 3실장이 모두 미국을 향하게 됐다. 한·미 정상회담 의제를 두고 미국이 전방위적 파상 공세에 나서면서 막판 진통이 극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한일의원연맹 소속 일본 측 정계 인사와의 만남을 끝으로 일본 방문 일정을 마치고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공군 1호기에 탑승했다. 인천공항에서 민항기를 이용해 출국한 강 비서실장도 기자들과 만나 “민관이 힘을 합쳐 한·미 정상회담 성공을 뒷받침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고, 한 마디라도 더 설득할 수 있다면 당연히 가야 한다”고 말했다.
관례상 한·일 정상회담에 배석할 것으로 관측됐던 조현 외교부 장관도 이를 생략한 채 지난 21일 미국으로 급파됐다.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조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산자부 통상교섭본부장까지 장관(급) 6명을 총동원한 막판 협상 총력전이 벌어진 셈이다. 양국은 의제 조율 과정에서 통상·안보 영역을 불문하고 여러 돌발 난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 실장은 출국 전 일본 도쿄 프레스센터에서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이번 정상회담의 큰 주제는 경제·통상 분야 안정화와 동맹 관계 현대화에 집중하면서 새로운 협력 영역을 어떻게 개척하느냐는 3가지”라며 “첫 번째 주제인 경제·통상 안정화와 동맹 현대화 문제를 놓고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양국은 안보 영역에서 국방비·방위비분담금 증액, 주한미군의 규모와 역할 변화를 의미하는 동맹 현대화를 논의 중이다. 통상 영역에선 미국의 천문학적 대미 투자 요구와 농산물 시장 개방 등에 대한 세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위 실장은 미국과의 협상 상황에 대해 “의제 조율이 안 된다거나 그래서 우리가 지금 어떻게 하려고 한다는 차원은 아니다”며 “(의제 조율이) 진행되고 있고, 정상회담을 할 타이밍쯤 되면 조율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위 실장은 이번 일본 방문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좌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 성격인 점도 드러냈다. 그는 “우리가 일본과 좋은 관계를 발전시키면서 미국과 협의하러 간다는 것은 미국에서도 긍정적인 움직임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동안 한·일 양국 관계가 좋지 않아 미국이 주도해서 한·미·일 3국 협력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엔 우리가 주도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오후 워싱턴DC에서 재미동포 만찬 간담회를 연 뒤 25일 트럼프 대통령과 업무 오찬을 포함한 첫 한·미 정상회담을 한다.
도쿄=최승욱 기자, 이동환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