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수록 손해” 석유화학업계 매출 중 원가가 98.6%

입력 2025-08-25 00:23

생존 위기에 처한 석유화학 업계의 상반기 매출원가율이 99%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을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로 재무 상태가 심각하다는 신호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24일 정부와 사업 재편 협약을 맺은 석화 기업 10곳 중 DL케미칼을 제외한 9곳의 반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상반기 평균 매출원가율은 98.6%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포인트 상승했다. HD현대케미칼이 107.3%로 가장 높았고 한화토탈에너지스 103.7%, SK지오센트릭 101.0%, 대한유화 100.5% 순이었다. 이들 업체의 매출원가율은 2021년 87.6%, 2022년 92.3%, 2023년 93.8%로 매년 높아져왔다.

매출원가율은 총 매출액에서 원재료비, 인건비, 공장 운영비 등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해당 수치가 99%라는 건 제품을 팔아 돈을 벌지 못하고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의미다. 원가를 뺀 총이익에서 판매비와 관리비 등을 추가로 제하면 영업이익은 마이너스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9개 업체 모두 올 상반기 적자를 기록했고 적자 규모는 1조8000억원이 넘었다. 국내 석화 업계는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부진 등으로 구조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업계에선 석화 산업의 기초 원료인 에틸렌에서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에틸렌 스프레드의 손익분기점을 t당 250~300 달러로 보고 있는데, 올해 2분기엔 220달러 수준에 그쳤다. 나프타 가격은 올랐지만 중국의 증산 등으로 에틸렌 판매 가격은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생산 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기요금이 오른 것도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전력공사는 2022년부터 여러 차례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려 3년간 누적된 인상률이 약 70%에 달한다. 업계와 경제단체는 위기 산업단지 등에 대한 한시적 전기요금 인하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석화 기업들이 올해 안에 먼저 구조개편 방안을 내야 지원에 나서겠다는 ‘선 자구노력, 후 정부 지원’의 큰 방향만 제시한 상태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