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미국 순방길에 오른 이재명 대통령이 주말에 도쿄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한국 대통령이 취임 후 양자 외교 첫 방문국을 일본으로 정한 것은 처음이다. 대일 외교를 중시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자 실용 외교를 위한 전략적 선택일 것이다. 특히 양 정상이 실제 회담에서도 과거사 갈등을 넘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발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뜻을 모은 것은 평가할 만하다. 회담 결과를 ‘공동언론발표문’ 형태로 문서로 도출한 것도 17년 만으로, 이 또한 관계 개선의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방증이다.
양국의 관계 발전에 대한 공감대는 단순히 이웃나라로서의 우애 차원이 아닌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필수불가결한 조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국제 정세가 요동칠 때 가치·질서·체제·이념에서 비슷한 양국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시바 총리도 “한·일 관계 발전은 양국의 이익이자 지역 전체의 이익이 된다”고 강조했다. 경제나 안보 측면에서 규모가 있는 두 나라가 앞으로 긴밀히 협력하면 글로벌 관세 전쟁과 인도·태평양 안보 질서 변화에 대응하기가 그만큼 수월해질 것이다. 이번에 복원된 셔틀외교를 계기로 양 정상이 앞으로 더 자주 만나 협력 수준을 획기적으로 심화시켜 나가야 한다.
이시바 총리는 회담에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한다고 밝혔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그나마 친한파로 알려진 이시바 총리와의 회담에서도 과거사 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추후 양국이 협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과거사 문제 또한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 한다.
일본에 이어 어제 방미길에 오른 이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갖는다. 미국과의 회담에선 관세 문제는 물론, 주한미군의 역할 조정, 북핵 대응, 국방비 증액 등 훨씬 더 까다로운 과제가 놓여 있다. 회담 시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행동도 우려된다. 쉽지 않은 회담이겠지만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흔들림 없는 한·미동맹 기조 하에 한반도 안보에 누수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울러 동맹에 대한 기여 의지를 보여주되 주변국 분쟁에 직접 개입하는 일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 우리의 목표를 관철하는 대신 미국이 원하는 조선·에너지 협력 등을 통해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면 좋을 것이다. 한·미 회담의 첫 단추를 잘 끼워야 이재명정부 외교가 순항할 수 있는 만큼 정부와 민간 부문 모두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여 낭보를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