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 ‘놀면 뭐하니?’가 세대를 아우르는 80년대 음악을 앞세워 토요일 저녁을 장악했다. 80년대 감성을 복원한 가요제 형식의 음악 특집으로 중장년층에는 추억을, 1020세대에는 신선함을 선사하며 시청률과 화제성을 동시에 잡았다.
23일 저녁 6시30분 방송된 ‘놀면 뭐하니?’에서는 ‘80s MBC 서울가요제’ 참가자 15인의 정체가 공개됐다. 유재석이 PD, 하하 주우재 이이경이 작가로 분해 2025년에서 1980년대로 참가자를 데려오는 시간 여행 콘셉트를 선보이며 본격적인 가요제의 막을 올렸다. 방송은 수도권 가구 시청률 6.3%, 2049 시청률 3.0%(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를 기록하며 동 시간대 및 토요일 전체 예능 1위를 차지했다. 윤도현, 이준영, 딘딘 무대 장면은 분당 최고 7.3%까지 치솟았다.
이 같은 호응은 이미 가요제 예선 1, 2차 방송 때부터 시작됐다. 지난 2일 방송된 예선 회차는 수도권 가구 시청률 5.4%, 2049 시청률 2.1%를 기록하며 토요일 예능 전체 1위에 올랐다. 익명의 참가자들이 등장해 추리 본능을 자극했고, 80년대 감성을 복원한 연출과 선곡이 세대를 넘어 통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제작진은 80년대 감성을 사실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연출에 공을 들였다. 참가자들은 카세트테이프를 보내 오디션에 참여했고, 닉네임도 80년대 서울의 명소로 작명돼 추억을 소환했다. 자막 폰트와 화면 연출까지 당시 분위기를 섬세하게 재현해 몰입감을 높였다.
얼굴을 가린 채 노래를 부르는 블라인드 오디션 방식은 긴장감을 더했다. 익숙한 목소리를 추리하며 듣는 즐거움을 선사했고, 박영규, 박명수, 임우일 등 의외의 참가자로 깜짝 재미를 더했다. 여기에 ‘그것만이 내 세상’, ‘단발머리’, ‘비처럼 음악처럼’ 등 80년대 히트곡이 재해석되면서 부모 세대에는 향수를, 자녀 세대에는 숨은 명곡을 새로 발견하는 즐거움을 안겼다.
주목받는 참가자들도 있다. ‘제3한강교’로 나온 가수 최유리는 예선에서 변진섭의 ‘숙녀에게’ 등을 여성 보컬로 재해석해 선보이며 예능 첫 출연 만에 이름을 알렸다. 2018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대상 출신인 그가 예선에서 부른 조용필의 ‘단발머리’ 유튜브 쇼츠 영상은 이미 조회수 240만회를 넘겼다. 로커 윤도현(피맛골)과 걸그룹 ‘아이브’의 멤버 리즈(뉴욕제과) 역시 흥미를 더하고 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24일 “주요 예능 시간대 시청자층이 중장년층으로 이동한 가운데 이들을 표적으로 한 프로그램이 성과를 내고 있다”며 “1980년대를 기억하는 세대의 감성을 건드리면서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가요제 본공연은 다음 달 11일 열린다. 방송 말미 공개된 예고편에선 1980년대 청춘을 상징하는 배우 김희애가 특별 게스트로 등장해 기대감을 높였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