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관세 충격 여파로 지난달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이 4분 1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벼랑 끝으로 몰린 국내 철강업계는 오는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달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이 2억8341만 달러(약 3925억원)를 기록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7월의 3억8255만 달러보다 25.9% 감소한 수치다. 이런 감소 폭은 2023년 1월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것이다. 수출액 기준으로는 2021년 3월 이후 4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업계에선 ‘50% 관세’의 영향권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것으로 분석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부터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 상품에 25%의 품목 관세를 부과했으며, 6월엔 이를 50%까지 올렸다. 50%로 인상한 영향이 시차를 두고 나타났다는 얘기다.
미국은 이에 대해 지난 18일부터 50% 품목 관세 적용 범위를 407종의 파생 상품으로까지 확대했다. 냉장고와 변압기, 트랙터, 엘리베이터, 전선·케이블 등 주요 수출품이 대거 포함돼 대미 수출이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일부 물량에 저율관세할당(TRQ)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인 점도 부담이다. TRQ는 사전에 할당된 물량까지는 낮은 관세를 적용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부터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한국산 철강은 유럽산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 여기에 내년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효과가 가시화되면 한국산 철강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 있다.
업계는 한·미 정상회담 테이블에 철강·알루미늄 관세 인하 문제가 오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회담을 통해 관세율이 일부 인하되길 바라고 있다”며 “실용적 접근을 통해 철강 업계 어려움을 해소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관세 유탄을 맞게 된 중소·중견기업들도 “통상 압력 해소를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