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끝내 노란봉투법 통과, 경제 현실에 반한 여권 폭주다

입력 2025-08-25 01:10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노란봉투법)'이 통과되고 있다. 이병주 기자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고 불법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이 끝내 여당 주도로 어제 국회를 통과했다.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소위 ‘더 센’ 상법 개정안도 이날 본회의에 상정돼 25일 통과가 확실시된다. 이들 법안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될 것이라는 업계의 하소연에도 아랑곳 없이 여권이 입법 폭주를 벌인 건 유감이다. ‘진짜 성장’을 내건 정부·여당이 정작 성장의 동력인 기업을 옥죄는 법안 통과에 나선 것부터 이율배반적인 행태다.

노란봉투법이 통과됐지만 법상 사용자가 누구인지, 노동쟁의 대상이 되는 경영상 결정이 어디까지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한 상태다. 재계는 이로 인해 노사 분쟁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 우려한다. 정권 초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국내 업계보다 외국 기업 및 단체들의 비난 수위가 훨씬 높다. 국내 최대 외투기업인 한국GM의 헥터 비자레알 대표는 최근 대정부 간담회에서 노란봉투법 통과 시 “본사로부터 사업장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절제되긴 했지만 한국 시장에서의 철수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도 이 법으로 기업인들이 형사처벌에 직면하면 철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 대응은 지극히 안이하다. 고용노동부는 법 통과 후에야 노사 의견을 수렴하는 팀을 구성할 것이라 했다. 전형적 뒷북 행정이다. 앞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노란봉투법으로 기업들이 해외로 떠나면 그때 법을 고치면 된다고 했다. 민생경제와 직결된 법이 무슨 실험 대상인가. 법 통과 전 당사자들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아니라 일단 지른 뒤 문제 나오면 그때 해결하겠다는 건 책임있는 정부 인사가 할 소리가 아니다.

정부가 13조원의 소비 쿠폰을 뿌리고도 올해 우리 성장률은 0%대로 전망된다. 그만큼 경기 부진이 만성화됐다는 얘기다. 돌파구는 돈을 벌어 고용과 투자를 일으키는 주체인 기업이 뛸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정부·여당이 전폭 지원을 해도 모자랄 판에 각종 법으로 발목을 잡는 걸 정상으로 볼 수 없다. 포퓰리즘과 다수 의석을 이용해 법 통과를 밀어붙여 자영업 및 주택 시장에서 대란을 야기한 문재인정부의 전철을 왜 또 밟겠다는 건가. 국회는 조속한 보완 입법을 통해 산업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