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성능을 개량한 신형 지대공(반항공) 미사일의 시험사격에 나섰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군사적 역량을 드러내 북한을 주요 협상 의제로 끌어올리는 한편 한·미·일 협력에 맞서 러시아와 중국의 결속을 도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미사일총국이 “개량된 두 종류의 신형반항공미싸일의 전투적 성능검열을 위하여 각이한 목표들에 대한 사격을 실시했다”고 “김정은 동지께서 우리의 국방과학연구부문이 당대회를 앞두고 관철해야 할 중요한 과업을 포치하시었다”고 24일 보도했다.
통신은 대공 방어 체계의 우수성을 홍보하며 군사적 자립성을 강조했다. 통신은 “신형반항공미싸일의 전투적 속응성이 우월한 것으로 평가됐다”며 “가동 및 반응 방식은 독창적이고 특별한 기술에 기초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개량된 두 종류의 탄들의 기술적 특성은 각이한 공중목표소멸에 대단히 적합한 것으로 인정됐다”고 주장했다.
이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을지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에 대응함과 동시에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의 협상 테이블에서 북한을 주요 의제로 확대하려는 목적이 담긴 군사·전략적 메시지로 분석된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이 한 미 정상회담에서 주요 이슈로 언급될 수 있도록 몸값과 협상력을 높이려는 것”이라며 “동북아시아에서 민주주의 진영의 결속을 견제하고, 이에 대응해 북한과 중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공격이 아닌 방어용 무기로 도발 수위는 조절했다. 북한은 취약한 방공망이 약점으로 지목돼 왔는데, 러시아와의 기술 교류 등을 통해 대공 방어 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것으로도 보인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최근 한·미 연합훈련 기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는 등 노골적인 도발을 했는데 이번엔 수위를 상당히 제한했다”며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억제가 강조되는 것을 원치 않기에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군이 최근 군사분계선(MDL)을 침범한 것 역시 의도적인 도발일 수 있다. 북한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인 고정철 육군 중장은 전날 휴전선 부근에서 공사 중인 자국군에 한국이 경고사격을 했다며 도발 행위를 중단하라는 담화를 냈다. 이에 합동참모본부는 “북한군이 지난 19일 중부전선 MDL을 침범해 경고사격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