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엔젤 캐피탈은 사장님 같은 깡패, 조직폭력배, 범죄자들한테만 돈을 빌려드립니다. 참고로 제가 지난 100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돈을 한 번도 못 받은 적이 없습니다.”
교도소에 수감된 채무자를 찾아온 호피 무늬 트레이닝복 차림의 태산(마동석·사진)이 차분한 어조로 말한다. 범죄자에게만 돈을 빌려주고 끝까지 받아내는 대부업체 엔젤 캐피탈 대표인 그는 사실 수천 년간 인간세계에 사는 천사다. 호랑이를 연상케 하는 그의 곁엔 쥐, 용, 뱀, 말, 원숭이, 개, 돼지를 상징하는 동료들이 함께한다.
디즈니+와 KBS 2TV에서 23일 처음 공개된 8부작 토일시리즈 ‘트웰브’는 동양의 12지신 설화를 바탕으로 한 판타지 액션물이다. 각 동물을 인간 모습으로 캐릭터화한 12천사가 악의 무리로부터 인간세계를 지키는 이야기다. 캐릭터 특징은 액션에서 드러난다. 가령 원승(서인국)은 맨손으로 건물을 뛰어오르고, 말숙(안지혜)은 힘찬 뒷발차기를 선보이며, 도니(고규필)는 듬직한 힘으로 상대를 제압한다.
가장 돋보이는 건 태산의 ‘핵 주먹’이다. 호랑이의 강력한 앞발과 같은 주먹 한 방으로 상대를 단박에 때려눕힌다. 한국영화 최초 트리플 천만을 기록한 ‘범죄도시’ 시리즈를 통해 액션 장르를 구축한 마동석이 자신의 장기를 십분 살려 ‘한국형 히어로’로 변신했다. 십여 명의 적을 일거에 소탕하는 마동석표 주먹 액션은 늦여름 더위를 날릴 통쾌함을 선사한다.
제작자로도 참여한 마동석은 지난 20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오래전부터 동양적인 히어로물을 해보고 싶었다”며 “한국적인 매력이 담긴 독창적 소재 12지신을 바탕으로 슈퍼히어로를 만들면 세계적으로도 공감받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전투 능력이 약한 소, 토끼, 양, 닭의 4천사는 악의 세력과의 과거 전투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설정이다. 태산은 동료를 잃은 죄책감과 상실감으로 우울증을 겪으며 살아간다. 까마귀를 상징하는 악의 화신 오귀(박형식)가 수천 년 만에 깨어나면서 어렵게 얻은 평화에 균열이 생긴다. 박형식은 “예측 불가 캐릭터를 통해 그동안 한국에서 보지 못한 판타지 액션 히어로물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마동석의 펀치 액션이 ‘범죄도시’ 시리즈와 ‘이터널스’ 등 영화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동석은 “예고편만 보면 그럴 수 있지만 작품 내용을 들여다보면 전부 다르다. 기존 TV 드라마에선 이렇게 통쾌한 액션을 보지 못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