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 기업 인텔의 지분 10%를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됐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인텔에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한 대가로 회사 지분을 인수한 것이다. 엔비디아의 중국 매출 15%를 납부받는 것에 이어 기업 지분 인수라는 전례를 찾기 힘든 트럼프식 기업 경영 개입에 대해 미국 언론은 국가 주도 자본주의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서 “미국이 이제 더 놀라운 미래를 가진 위대한 미국 기업 인텔의 (지분) 10%를 완전히 소유하고 통제한다고 보고할 수 있어 큰 영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가 인텔의 최대 주주가 됐다. 그동안 인텔의 최대 주주는 지분 8.92%를 보유한 자산운용사 블랙록이었다.
트럼프는 “나는 이 거래를 인텔 최고경영자 립부 탄과 협상했다”며 “미국은 이 주식에 대해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았다. 현재 주식 가치는 약 110억 달러(15조2300억원)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의 인텔 지분 인수는 반도체법에 따라 지급한 보조금에 대한 반대급부다. 조 바이든 행정부 때인 지난해 11월 상무부는 인텔에 최대 78억6500만 달러(10조8900억원)의 직접 자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인텔은 이를 포함해 총 109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받게 돼 있다. 정부의 지분 인수 발표에 인텔 주가가 5% 이상 상승하는 등 주주들은 일단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기업 의사 결정에 개입할 경우 장기적으로 시장 논리와 공정한 경쟁이 훼손된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는 미국 기업 지분 인수를 더 확대할 가능성도 거론했다. 다만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해온 TSMC 등 해외 기업 지분을 인수할 의향은 없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지난해 12월 상무부는 반도체법에 따라 TSMC에 66억 달러, 삼성전자에 47억5000만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 경영에 개입하고 있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개입해 거부권 행사가 가능한 ‘황금주’를 받아냈고, 엔비디아와 AMD가 중국에 판매하는 반도체 매출의 15%를 받기로 했다. 지난달에는 국방부가 미국 희토류 업체 MP머티리얼스의 지분 15%를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됐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움직임은 미국이 자랑해온 자유시장 체제에서 벗어나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국가 주도 자본주의, 그리고 정도는 다르지만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나타나는 체제와 닮아가는 변화를 예고한다”고 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