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기초반 강습이 종료됐다. 매주 2시간씩 25m 레인을 30번 정도 왕복했다. 함께 강습을 받은 20여명의 수강생 중 9명이 남았다. 9명이 자신이 익히고 싶은 영법 하나를 완전히 익혔다.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유난히 잘하던 사람도 유난히 못하던 사람도 비슷한 속도와 자세로 마지막 레인을 왕복했다. 원하던 것을 몸에 익히게 되는 실력이란 것은 수영에서도 예외는 없었다. 꾸준히 반복하고 우직하게 모든 지시를 수행해내는 것. 유독 못해서 자꾸 눈이 가던 수강생 한 분이 가장 활짝 웃으며 강사에게 감사하다고 외쳐 말했다. 그 목소리가 우렁차서 주변이 쩌렁쩌렁 울렸다. 샤워를 끝내고 사물함에서 옷을 챙겨 입고 바깥으로 나가는 그녀의 발걸음이 너무도 싱그러워 이 사람은 어쩌면 평생 동안 수영을 반려운동 삼아 살아갈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요일 아침이면 수영을 배웠고, 토요일 밤이면 이 칼럼을 썼다. 오늘로써 이 연재도 종료된다. 비슷한 일을 기회가 닿을 때마다 해왔던 터라, 영법 하나를 몸에 익힌 수영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이런 유의 꾸준함도 몸에 익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연재를 하던 기간 동안 본업인 시쓰기에 훨씬 힘이 덜 들었다. 손을 잠시라도 놓으면 익혔던 거의 모든 것이 몸에서 빠져나가 리셋된다는 점에서 수영도 글쓰기와 같다고 한다. 종료 이후 스스로 또 다른 시작을 만들어놓지 않아 더 잘하고 싶어도 늘 거기까지일 뿐인 기술들이 살면서 대부분이었다. 시쓰기에도 기술이 필요한데, 그것은 맨 처음 쓰고자 했던 욕망에 가까운 결과물을 낳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수영을 아예 할 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수영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늘 어느 정도까지가 다였고 더 잘하고 싶었다. 정확한 자세를 정교하게 배워 기본에 충실해지니 수월했다. 이 연재 또한 나에게 그러했다. 기본을 연습했다. 감사한 시간이었다.
김소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