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교회 잇는 행복한 실험, 연결 목회로 향한다”

입력 2025-08-25 03:05
선우준 행복한교회 목사가 지난 21일 서울 은평구 교회 본당에서 ‘링크 처치’에 대해 설명하며 웃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선우준(43) 서울 은평구 행복한교회 목사는 2015년 이 교회에 부임했다.

이처럼 일찍 담임목사가 된 건 전임 목사의 갑작스러운 별세와 그 이후 교회 합병·분열의 과정을 겪으면서였다. 당시 교육전도사였던 선우 목사는 목회자 부재 상황 속에서 느닷없이 새벽기도회와 수요·금요기도회, 주일 예배까지 교회의 모든 예배에서 설교해야 했다.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러던 중 목사 안수를 받았고 교회는 서둘러 그를 담임목사로 청빙했다. 33살에 담임목사가 된 그에게 목회는 하루하루가 도전이었고 실패를 통해 성장했던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분열의 중심에 섰던 교회는 마을에서 ‘시끄러운 교회’라는 소문까지 나 있었다. 분열과 더불어 담임목사가 세상을 떠났다는 충격은 교인들에게도 남아 공동체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가라앉아 있었다.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지난 21일 교회에서 만난 선우 목사는 “대외적으론 이웃에게 칭찬받는 ‘선교적 교회’로, 내부적으로는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교육부 교회’를 지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부임 초기 마을 답사를 하던 중 선우 목사 눈에 들어온 건 ‘마을계획단 모집’이라고 적힌 현수막이었다. 마을계획단은 주민이 직접 마을 현안을 발굴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주민 주도형 조직을 말한다. 선우 목사는 박상은 사모와 함께 계획단 준비 모임에 참여해 머리를 맞대고 마을의 발전을 고민했다.

마을계획단 부회장이 된 선우 목사는 70여명 회원과 함께 아이들 쉼터부터 조성하기로 했다. 고민 끝에 아이들 쉼터는 교회 3층에 조성하기로 했다. 서울시로부터 3000만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아 진행한 사업을 통해 ‘마을 육아 사랑방’이 문을 열었다.

육아 사랑방은 서울시 우수사례로도 선정됐고 박 사모가 사례 발표를 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며 ‘마을과 함께하는 바자회’도 열고 여기에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도 이어졌다. 교회는 물품은 마련하고 부녀회는 먹거리를 만들며 어린이들은 플리마켓을 여는 식이었다. 바자회 수익금은 다시 마을로 흘려보냈다.

그는 마을 축제에 참여해 솜사탕도 만들고 팝콘도 튀겼다. 교인과 함께 부침개도 부치며 접점을 넓혔다. 어느새 교회와 마을은 유기적으로 하나가 됐다. 이런 과정을 통해 교회는 마을 축제에 늘 초대받는 이웃이 됐다.

그사이 교회 주변에는 새로운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고 좋은 소문이 나면서 행복한교회를 추천하는 이웃도 생겼다. 교육부에 투자한 결과 장년 100명 출석에 교회학교 학생이 60명에 육박하는 결실도 거뒀다.

이 교회 목회자들은 복음과 교회, 마을, 성도를 한 데 엮는 목회철학을 ‘링크 처치’로 규정하고 있다. 링크 처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난해에는 성도와 성도와의 관계 회복에 방점을 찍었고 올해는 하나님과 성도와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데 목회적 관심을 두고 있다. 내년에는 ‘성도와 이웃’을 집중하면서 3년 주기 순환 비전을 완성할 예정이다.

선우 목사는 “하나님 안에서 마을과 교회가, 성도와 성도가, 성도와 하나님이 더 가깝고 친밀하게, 더욱 깊은 하나 됨을 누리자는 목회 철학”이라고 소개했다.

부침도 있었다. 마을과의 접점을 넓히면서 교인들의 피로감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교회 안에도 만연해 가는 세대 단절과 세대고립 현상이 나타났다.

교인들의 마음을 돌보기 위해 시작한 심방 프로그램이 바로 ‘커피 한잔할래요?’다. 교인 출근길에 동행하며 대화하거나 퇴근을 함께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성도와 친밀해지고 교회 공동체 전체의 관계를 회복하고 있다.

교회는 ‘기도 대부모’를 세우고 이들을 다음세대와도 결연하는 일도 병행하고 있다. 혈연관계 외에 영적 관계를 새롭게 만들기 위한 목회적 결정이었다. 기도 대부모는 저마다 연결된 다음세대를 위해 늘 기도하고 전화 심방도 하면서 교회 안 영적 부모로 세대별 고립 현상의 파고를 넘길 소망하고 있다.

다음세대들도 받기만 하는 게 아니라 용돈을 모아 기도 대부모에게 명절 선물을 하는 등 교인 간 새로운 관계가 형성됐다. 세대별 고립 현상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기존의 구역도 ‘홀리 패밀리’로 재편했다. 하나의 홀리 패밀리에는 영·유아부터 장년까지 모든 세대가 고루 참여한다. 지역이나 혈연에 의지하지 않고 기도 대부모와 연결된 다음세대를 중심으로 외연을 확장한다. 평소 만남이 없던 교인들이 홀리 패밀리 안에서 새롭게 교제하는 것이다. 또 매달 한 차례 ‘링크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영적 가족으로서의 정체성을 만들어 나간다.

수요 기도회도 ‘수요 라디오’로 변경했다. 교인들은 같은 시간 라디오로 송출되는 기도회 메시지를 듣고 실시간 댓글을 통해 온라인에서 교제하며 친밀도를 높여간다.

선우 목사는 “목회에는 정답이 없는 것 같고, 그저 교인과 행복한 관계를 유지하는 과정 같다”면서 “새로운 10년의 목회를 통해 또 다른 도전에 나서려 한다”고 다짐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