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여투쟁 택한 국힘 당심… 지도부 ‘반탄’ 강경파로 채워

입력 2025-08-23 00:04
충북 청주 오스코에서 22일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결선투표에 진출한 김문수(왼쪽) 후보와 장동혁 후보가 당원들을 향해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당대표는 26일 확정된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8·22 전당대회에서 새롭게 선출된 지도부가 반탄(탄핵 반대) 강경파 우위로 채워졌다. 특검 수사 등 대선 참패 이후 이어진 내우외환으로 인해 통합과 대여 투쟁을 강조한 후보들에게 당심이 쏠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당대표 결선 투표에서는 결선 진출자를 배출하지 못한 친한(친한동훈)계 표심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됐다는 전망도 있다.

22일 충북 청주 오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과, 당대표 선거에서는 과반 득표자가 없어 반탄파인 김문수 장동혁 후보가 결선을 치르게 됐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신동욱 김민수 양향자 김재원 후보가, 청년최고위원 선거에서는 우재준 후보가 당선됐다.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등 당내 혁신을 주장해왔던 찬탄파 진영은 양향자 최고위원, 우재준 청년최고위원 등 2명을 당선시키는 데 그쳤다. 26일 결선 투표로 선출되는 당대표가 반탄 성향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할 경우, 최고위는 4대 2로 반탄 우위 구도가 형성된다.

김 후보는 결선 진출 소감에서 “이재명 독재정권의 칼끝이 우리 목을 겨누고 있다. 국민의힘을 해산시키려 하고 있다”며 “엄중한 때에 우리끼리 분열하면 되겠나. 함께 우리 당을 지키자”고 말했다. 장 후보는 “이제 낡은 투쟁 방법을 선택할 것인지, 새로운 투쟁 방법을 선택할 것인지만 남았다”며 “분열을 안고 갈 것이냐, 내부총질자를 정리하고 단일대오로 갈 것이냐. 지금은 장동혁이 답”이라고 주장했다.

반탄파 우위 지도부 구성은 당심이 대여 투쟁에 기운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전대에서는 책임당원 투표 반영비율이 80%로 당심 영향력이 절대적인데, 최근 특검의 당사 압수수색과 조국·윤미항 사면 등 이슈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김 후보는 특검 압수수색 이후 당사에서 철야 농성을 펼쳤고 장 후보는 법원과 특검, 대통령실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간 바 있다.

두 후보 모두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소추에 대해선 비판적 입장이지만, 당 운영 방향에 대해선 정반대의 노선을 취하고 있다. 김 후보는 개헌저지선을 지키기 위한 의원 107명의 단일대오를 강조하는 반면, 장 후보는 탄핵 찬성파 등 ‘내부총질’하는 이들이 당내에 있는 한 개헌저지선 사수는 무의미하다고 본다.

직전 대선 후보였던 김 후보는 인지도를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폭넓은 지지 기반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장 후보 역시 최근 당내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전한길씨 등 ‘윤 어게인’ 세력으로부터 뚜렷한 지지를 받고 있어 의원들 사이에서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친한계를 포함한 중도 표심이 결선 투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친한계인 신지호 전 의원은 YTN라디오에서 “쇄신파는 아무래도 덜 미운 사람을 찍으려 할 것”이라며 “한동훈 지지자들이 봤을 때 김문수가 덜 미운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친한계 의원은 “두 분 다 국민적 상식과는 거리가 먼 후보들이라고 본다”며 “오히려 투표를 하지 않는 당원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청주=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