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혁신없는 ‘반탄파’ 결선으로 좁혀진 국힘

입력 2025-08-23 01:30
22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청주오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에서 김문수, 장동혁 당 대표 후보가 진출에 성공한 뒤 손을 들고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가 ‘반탄(탄핵반대)’파끼리의 대결로 압축됐다. ‘반탄’ 김문수·장동혁 후보는 22일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찬탄(탄핵찬성)’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제치고 결선투표에 올랐다. 득표율과 순위는 공개되지 않았다. 과반 득표를 얻지 못한 두 후보는 26일 결선투표에서 맞붙는다. 특검 수사와 여당의 ‘내란 정당’ 공세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잘 싸우는 대표를 원하는 당심이 김·장 후보에게 기운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더 오른쪽으로 쏠린 셈이다. 탄핵을 둘러싼 갈등과 분열을 접고 혁신과 비전으로 앞으로 나가도 시원찮을 판에 아직도 ‘윤석열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으니 한심하다.

국민의힘이 이 지경에 이른 데는 결선에 오른 두 후보의 책임이 크다. 이들은 경선 과정에서 보수 유튜버 전한길씨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며 공당의 격을 추락시켰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입당시키겠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보수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비판에는 귀를 막고, 오로지 강성 우파 당원들만 의식했다. 전당대회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이유이기도 하다.

“내란 정당 해산하라”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세가 높아지고 있는데도 107석의 제1야당은 존재감이 없다. 이러니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10번, 100번 정당 해산감”이라고 대놓고 멸시하는 것 아닌가.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10%대 중반~20%대 초반에 그치고 있다. 대선 때 김 후보를 지지했던 표심 상당수는 떠나갔고, ‘윤 어게인’을 외치는 극우 지지자들만 남은 형국이다. 여론은 싸늘하다 못해 냉소적이다.

제1야당의 지리멸렬은 국민의힘만의 문제가 아니다. 야당이 무능하고 무기력하면 집권 세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 기능이 약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 또 여권이 독주해 국정 실패와 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역사는 입증한다. 결선에 오른 두 후보가 절체절명의 위기의식과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과거가 아닌 미래와 혁신만이 국민의 관심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결선투표에서 두 후보는 미래를 말하고 희망을 논해야 한다. 구태과 과거를 뒤로 하고 뼈를 깎는 쇄신으로 치열하게 논쟁해야 할 것이다. 미래를 향한 정책과 비전으로 제1야당을 재창조한다는 각오로 선거에 임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힘도 살고, 민주주의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