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엔 깍두기 양밥, 베트남선 떡볶이… 영토 넓히는 K유통

입력 2025-08-25 00:08

경기 침체로 고전 중인 국내 유통업체들이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새로운 활로를 열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각각 라오스와 베트남을 중심으로 서로 다른 현지화 전략을 펼치며 K유통의 영토를 넓히고 있다. 이마트 노브랜드는 ‘생활밀착형’ 소형 매장 전략으로, 롯데마트는 ‘K푸드 그로서리전문점’ 콘셉트를 내세우며 현지인들의 장바구니를 파고드는 모습이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노브랜드’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지난해 12월 라오스에 첫 매장을 연지 불과 8개월 만에 3호점을 열었다. 지난 14일 개점한 딸랏라오 시장 3호점은 개점 후 나흘 동안 매출 계획 대비 260% 매출을 초과 달성했다. 하루 평균 900명 이상이 다녀가며 1~3호점을 통틀어 최대 방문객 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용자 80% 이상이 라오스 현지인이다.

노브랜드는 상권에 맞춘 정밀한 현지화 전략을 선보이며 빠르게 자리 잡았다. 중산층과 중국인 거주 비중이 높은 도심에 위치한 2호점은 K푸드 중심으로 노브랜드 상품 비중을 높였다. 3호점은 주변에 편의점과 슈퍼마켓이 전무한 도매시장 중심지라는 입지 특성을 고려해 로컬·소싱 상품 비중을 65%로 확대했다.

특히 인기를 끄는 건 저렴한 소단량 노브랜드 상품들이다. 한국 편의점용으로 개발된 노브랜드 체다치즈볼, 고르곤졸라치즈 소프트콘, 바삭한 갈릭새우칩 등 인기과자류 1차 수입물량은 불과 일주일 만에 완판을 앞두고 있다.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소용량 제품을 유통하는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외식을 자주 하는 문화 속에서 외식을 대체할 수 있는 간편한 냉동 간편식 선호도도 높다. 노브랜드 깍두기 양밥, 오징어튀김, 핫도그 등이 현지인들의 장바구니를 채우고 있다.

대형 할인점이 아닌 ‘생활 밀착형 수퍼마켓’이라는 정체성을 살린 소형 포맷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한 노브랜드는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 라오스의 1인당 GDP는 한국의 18분의 1 수준인 데 반해, 두 매장의 매출은 한국 노브랜드 평균치의 약 60%에 달한다. 2019년 진출한 필리핀에서는 이미 16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라오스에서도 연내 4호점 오픈을 계획하고 있다. 베트남과 몽골에도 각각 3개, 5개점을 운영 중이다.

롯데마트는 대형마트 본연의 강점을 살린 ‘그로서리 전문점’ 콘셉트를 내세워 베트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롯데마트 베트남은 지난해 전년 대비 각각 9.3%, 28.9% 증가한 매출 3965억원, 영업이익 326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1165억원과 영업이익 126억원을 달성하며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7월 리뉴얼한 하노이센터점은 지난 1년간 매출 15%·객수 10% 증가를 기록하며 핵심 점포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부터 즉석조리 특화 공간 ‘요리하다 키친’을 통해 떡볶이, 김밥 등 70여종의 K푸드를 선보이고 있다. 1년 만에 김밥 10만 줄, 떡볶이 5만 인분 이상이 판매되며 하노이 소비자들 사이 ‘한국 맛집’으로도 통하고 있다. 롯데마트 자체 베이커리 브랜드 ‘풍미소’도 인기다.

롯데마트는 K푸드와 K뷰티를 양 날개 삼아 시장을 넓히고 있다. 딸기와 샤인머스켓 같은 한국산 프리미엄 과일이 현지 과일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또 롯데마트 PB 상품과 50여종의 K스낵을 베트남 내 단독으로 판매하고 있다. 메디힐, VT, 릴리바이레드 등 K뷰티 브랜드 상품을 선보이며 현지 MZ 세대의 관심도 커지는 추세다.

올해 싱가포르에서는 숍인숍 모델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지난 5월 현지 최대 유통업체 ‘NTUC 페어프라이스’와 손잡고 대형 할인점 내 ’롯데마트 익스프레스’ 1호점을 열었다. 약 149㎡(45평) 규모 매장에는 롯데마트 PB ‘오늘 좋은’과 ‘요리하다’ 상품이 빼곡히 진열됐고, K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는 ‘라면 스테이션’도 마련됐다. 싱가포르 전역 100여개 페어프라이스 매장에 PB 상품 공급을 시작했다. 수출 본격화 3개월 만에 롯데마트 전체 PB 수출액이 전년 대비 50% 급증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2008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나란히 1호점을 낸 이래 영업을 지속 확장해 현재 각각 48개, 15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시장의 소비 침체로 유통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동남아시아 시장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새로운 성장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젊은 인구가 증가하고 구매력이 높아지는 점이 매력 포인트로 작용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동남아시아는 한류 열풍으로 한국 문화와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은 지역으로, 업계 전반에서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주은 기자 ju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