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재계가 요청하는 배임죄 완화를 위한 법령 개정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과 2차 상법 개정안 처리를 앞두고 재계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일종의 유화책으로 풀이된다. 법 개정 핵심 쟁점은 배임죄 판단 기준이 되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어느 수준으로 명문화할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당 회의에서 “배임죄 등 경제형벌 합리화를 적극 추진하겠다”며 “경제형벌·민사책임 합리화 특위를 바로 출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일 기획재정부 등 15개 부처가 참여한 정부 차원의 경제형벌 합리화 TF 가동에 이어 국회에서도 법 개정 움직임이 본격화한 것이다.
현행 배임죄는 형법과 상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에서 각각 다루고 있다. 형법상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한다.
재계는 이 조항의 구성 요건이 모호하고 추상적인데다, 손해를 가할 ‘위험’이 있는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어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판례에서 인정되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관련 법에 명문화해 검찰 기소 단계에서부터 이사의 책임을 면책할 필요가 있다는 게 재계 입장이다. 경영판단 원칙은 이사가 충분한 정보를 근거로 주의 의무를 다해 경영상 결정을 내린 경우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의무위반으로 보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현재 국회에는 상법과 형법 등에 경영판단 원칙을 명문화하는 내용의 여러 법안들이 발의돼 있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형법 개정안의 경우 배임죄 관련 조항에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본인의 이익을 위해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것으로 믿고 행한 판단에 따라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벌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추가돼 있다.
재계는 지난달 1차 상법 개정으로 ‘주주’에 대한 이사 충실의무가 신설된 만큼 이에 대해서도 배임죄 면책을 적용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사건까지 면책하는 내용이 명시돼야 한다고 본다. 형사상 배임죄에 대한 면책만 명시하는 경우 민사 사건은 기존 판례를 적용해야 하는데, 판례의 경영판단 원칙이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위반에도 적용되는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특경법상 배임, 형법상 업무상배임 가중처벌 규정을 폐지하고,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인 상법상 특별배임죄도 없애야 한다고 재계는 요구하고 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