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전공의 복귀율 70% 안팎… “필수과는 전멸”

입력 2025-08-21 18:47 수정 2025-08-21 23:54
사직 전공의 등을 대상으로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수련병원별로 시작된 지난 11일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서 의료진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주요 상급종합병원인 ‘빅5 병원’에서 다음 달 수련을 재개하는 복귀 전공의 수는 모집 인원의 70~80%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지역 수련병원에선 복귀 전공의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피부과나 성형외과 같은 인기과 지원율이 높았고, 소아과와 흉부외과 등 필수의료 분야는 저조한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복귀하는 전공의 대다수는 근로시간 단축 등을 병원에 요구해 받아들여졌는데, 수련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1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빅5 병원’은 이날 올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마감했다. 서울성모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가톨릭중앙의료원의 지원율은 인턴이 모집인원(192명)의 74%(143명), 레지던트는 모집인원(700여명)의 71%(500여명)로 집계됐다. 조기 마감한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은 70% 안팎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도 의료계에서는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빅5 병원의 한 교수는 이날 국민일보에 “정형외과, 안과, 성형외과 같은 인기과일수록 지원자가 많았다. 필수과인 소아과와 흉부외과는 각각 지원자가 두세 명으로 전멸 수준”이라고 전했다.

전공의 복귀 편차는 지방병원, 필수과, 저연차일수록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수련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업무 강도가 높을수록 다른 병원에 지원할 수 있는 저연차 전공의들이 기존 병원 복귀를 포기한 것이다. 지역병원의 한 교수는 “지방병원은 복귀율이 50% 수준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음 달 복귀하는 전공의들은 병원 측에 수련·근로 시간 단축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직 일수를 줄이거나 당직 후 비번(오프), 병동·응급실 병행 근무 제한, 담당 환자 수 축소 등을 요구했다. 수도권 수련병원의 한 필수과 전공의는 “병원에서 당직 일수를 주 2회에서 1회로 줄여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공의는 “당직 다음 날 오프를 약속받았다”고 밝혔다.

의료 현장에선 근로시간이 줄어들수록 수련의 질은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전공의는 근로시간 단축을 수련환경 개선의 주요 과제로 보지만 지도교수들은 근로와 수련이 분리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상급종합병원의 한 병원장은 “근로시간을 줄이면 수련기간이라도 늘려야 한다”며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에서 도움이 되지 않으면 병원도 뽑을 유인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