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구성원 개개인이 인공지능(AI)을 친숙하게 가지고 놀 수 있어야 혁신과 성공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AI 대전환 시대를 맞아 ‘AI의 체화’를 강조한 것이다. ‘그룹 미래 성장의 핵심 축’으로 규정한 AI를 단순한 신기술로 접근할 게 아니라 일상과 직장에서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21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전날 서울 종로구 SK 서린빌딩에서 열린 ‘이천포럼 2025’ 마무리 세션에서 “이제는 AI와 디지털 전환(DT) 기술을 속도감 있게 내재화해 차별화한 경쟁력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앞으로는 현재 우리가 하는 업무의 대부분이 AI 에이전트로 대체될 것”이라며 “사람은 창조적이고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SK그룹은 AI 전환에 전사적 역량을 쏟고 있다. 최 회장은 “소버린(주권) AI에 대한 선택지는 여러 갈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글로벌 전쟁이라는 점”이라며 “세계 시장에서 이길 수 있는 소버린 AI를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최근 그룹 체질 개선 차원에서 추진 중인 운영개선(O/I·Operation Improvement)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그는 “운영개선은 회사의 기초체력을 키우는 일”이라며 “AI 세상이 왔으나 기초체력이 없다면 그 위에 쌓아올린 건 결국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본원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일상적인 오퍼레이션을 충분히 이해하고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올해 9회째를 맞은 이천포럼은 글로벌 산업 트렌드와 혁신기술, 미래 사업 방향 등을 집중적으로 토론하는 SK그룹의 연례행사다. 올해는 특히 AI와 DT 등 혁신기술 분야에서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 방안이 집중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SK 관계자는 “누가 먼저 발 빠르게 움직여 선제적으로 대응하느냐 하는 ‘변화의 속도’가 기업의 생존을 가르는 시대”라며 “SK그룹은 다양한 지식·변화·소통 플랫폼을 만들어 미래를 준비하고 선도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성과급을 둘러싼 SK하이닉스 노사 갈등과 관련한 입장도 내놨다. 그는 “성과급 1700%에도 (노조 측이) 만족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3000%, 5000%까지 늘어나도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보상에만 집착하면 미래를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최 회장은 방한 중인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을 만나 백신 개발 등 바이오 분야와 인공지능(AI), 소형모듈원자로(SMR) 등의 협력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전날 서울 여의도에서 게이츠재단 관계자들과 만나 글로벌 보건 증진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