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과거 정부의 위안부·강제징용 배상 등 일본과의 합의에 대해 “국가로서의 약속이므로 뒤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 “경제든 안보든 기본 축은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 관계”라고 강조하면서 과거사 문제에 사로잡히기보다 일본과 미래지향적인 협력 관계 구축에 방점을 찍겠단 뜻을 분명히 했다.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한·미·일 3각 협력 강화를 논의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보조를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21일 보도된 일본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위안부·강제징용 관련 과거 정부 합의에 대해 “한국 국민으로서는 받아들이기 매우 어려운 이전 정권의 합의”라면서도 “(한국 정부는) 정책 일관성과 국가의 대외 신뢰를 생각하는 한편 국민과 피해자, 유족 입장도 진지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 책임을 동시에 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적 문제이기 전에 감정의 문제이므로 (일본이) 진심으로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이 중요하다”며 “배상의 문제는 오히려 부수적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 합의의 외교적 의미를 비롯해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 회복, 마음의 상처 치유라는 기본 정신을 함께 존중하는 동시에 피해자의 온전한 명예 회복을 위한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해 나가고자 한다”며 “해원(解寃)이라는 말처럼 원한을 푸는 과정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정부의 2015년 위안부 합의와 윤석열정부의 2023년 강제징용 ‘제3자 변제안’ 등 국가 간 약속을 이어가겠다는 선언이다. 미국발 관세 협상 파고에 맞선 한·일 간 경제적 공동 대응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합의를 되돌리면서까지 과거 문제에 천착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매우 중요하고 일본 역시 미·일동맹이 (외교의) 기본 축”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하는 한·미·일 3국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고도 말했다. 이어 “중국·러시아·북한과의 관계 관리를 위해서도 한·미, 한·일, 한·미·일 협력이 든든한 토대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또 “일본은 매우 중요한 존재”라며 “한국도 일본에 유익한 존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언급하며 “선언을 계승해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공동선언을 발표하길 바란다”는 기대감도 피력했다.
경제협력 방향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한·일은 지금까지 협력 수준을 넘어서는 획기적 경제 협력 관계를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동아시아를 포함한 태평양 연안국들의 경제협력기구를 확고히 만들어나가는 일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 대한 고려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