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북핵 해결 방법으로 제시한 3단계 구상은 문재인정부 초기 등장했던 ‘핵 동결 입구론’의 2025년 버전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핵 동결부터 시작하겠다는 개념이다.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실용적 방안으로 다시 꺼내든 것이지만 일각에선 핵 동결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대통령이 21일 공개된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꺼내든 ‘동결→축소→비핵화’의 북핵 3단계 해법은 문재인정부 초기 제시된 비핵화 로드맵과 유사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6월 첫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이 현재까지의 핵·미사일 활동을 동결하고 대화에 나선 후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는 단계적 접근법을 제시했다. 핵 동결 입구론 또는 비핵화 출구론이라고도 불렸다. 2018년 싱가포르,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까지 비핵화 협상안의 바탕이 됐다.
이번에 제시한 3단계 해법은 2017년과 달리 ‘완전한’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으며 비핵화보다는 동결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2018년과 2019년 북한이 협상장에 앉았을 때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를 의제로 다뤘는데, 이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내세우며 대화를 거부하는 북한을 이끌 가장 현실적 방안이라는 평가다. 핵 동결에는 북한 핵·미사일을 우회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도 담겼기에 북한도 솔깃할 만한 제안이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는 “최종 목표로 비핵화를 제시하면서도 (북한과) 대화가 이어질 수 있는 핵 동결부터 시작하자고 한 점이 중요하다”며 “현실적이고 목적 지향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미국도 핵 동결 입구론을 반길 가능성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라고 지칭하는 등 북한의 핵 보유를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다만 이미 협상에 실패했던 제안을 북한이 다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핵 동결이 북한 핵 보유만 인정해주는 꼴이란 우려도 나온다. 핵 동결이 타결 후 신고, 불능화, 검증, 폐기로 이어지는 비핵화 과정에 북한이 제대로 응할지도 불안 요소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북한이 로드맵을 따르는 게 아니라 핵 보유 인정만 얘기할 수 있다”며 “디테일 속에 숨어 있는 악마를 잘 해결해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낼 묘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