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 호랑이, 오윤 민중판화서 영감”

입력 2025-08-22 01:21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매기 강 감독(오른쪽)이 2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유홍준 관장으로부터 부채와 까치·호랑이 배지 선물을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방한 중인 강 감독은 이날 유 관장의 안내를 받으며 전시관을 둘러봤다. 연합뉴스

“달항아리가 인상적이었어요. 그 안에 담긴 디테일과 스토리를 알게 될수록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세계적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를 만든 매기 강 감독이 2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 유홍준 신임 관장과 인사를 나누고 주요 전시장을 둘러봤다.

백자실로 안내받은 강 감독은 유 관장이 “달항아리는 왕 사발 두 개를 이어서 만든다. 잘 보시라. 둥그스름하지만 퍼펙트한 원이 아니지요? 변화가 은근해 어진 맛이 있다”고 소개하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이같이 답했다.

유 관장은 대중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 유명하지만 ‘안목’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시리즈 등 미술사적 지식을 대중적으로 풀어낸 책도 다수 냈다. 강 감독은 지난 4월 개인적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바 있다. 이번 방한 기간에는 ‘세계 홍보 대사’ 효과를 내며 국립중앙박물관을 공식 방문했다.

유 관장은 케데헌 인기 덕분에 품절 사태까지 빚은 굿즈(문화상품) ‘까치 호랑이 배지’와 손수 그림을 그린 부채를 선물하며 강 감독을 반겼다. 부채에는 ‘민중 판화가’ 오윤(1946∼1986)의 대표작인 춤추는 호랑이 그림을 따라 그려 넣었다. ‘신명! 한국인의 흥겨움과 한의 살풀이’, ‘어흥’이라는 글씨도 곁들였다. 유 관장의 부채 그림은 그의 아이콘 같은 선물 목록이다. 강 감독은 “(케데헌 속 캐릭터는) 오윤 선생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 주로 인터넷에서 관련 자료를 찾아 참고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케데헌 등장 캐릭터인 더피 호랑이 인형을 유 관장에게 선물했다.

강 감독은 전시장을 둘러보는 내내 “멋지다”는 감탄을 연발하며 한국 문화유산에 관심을 나타냈다. 두 사람은 디지털 실감 영상관에서 셀카를 찍어 자신만의 책가도를 만들었다. 강 감독은 반가사유상이 전시된 ‘사유의 방’에서는 “공간이 멋있다”고 평했다.

유 관장은 향후 강 감독이 박물관 측에 소장품 등과 관련한 자료를 요청한다면 적극적으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취임 한 달을 맞은 유 관장은 “매기 강 감독은 오직 더 배우고 싶다는 마음으로 박물관을 찾았다”며 “(박물관을 향한) 대중적인 호응을 어떻게 소화할 것인지, 또 우리 박물관을 어떻게 업그레이드할 것인지가 향후 과제”라고 말했다. 케데헌은 한국의 전통 설화와 현대의 케이팝 문화를 결합한 독특한 세계관으로 주목받으며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역대 흥행 1위에 올랐다.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