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여당의 단독 입법 행렬이 21일 다시 시작됐다. 지난 5일 방송법 통과 이후 약 2주 만에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문화진흥회법이 가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함께 본회의에 부의됐던 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과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상법 2차 개정안도 오는 25일까지 차례로 처리할 계획이다.
국회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수를 늘리고 학계와 직능단체에 추천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방문진법을 본회의에서 민주당 주도로 처리했다. 재석 의원 171명 중 169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반대(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와 기권이 각각 1명이었다. 국민의힘은 법안 처리에 반대해 표결에 불참했다.
방송법·EBS법과 더불어 방송3법으로 묶이는 방문진법은 애초 지난 5일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국민의힘이 곧장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에 돌입하면서 2주 넘게 처리가 미뤄졌다. 필리버스터를 종결하려면 최소 24시간이 지나야 하는데, 7월 임시국회 회기가 5일 자정부로 끝났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방문진법 가결 직후 EBS법이 상정되자 새로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첫 주자로 나선 최형두 의원은 “EBS법이 그대로 시행되면 상당히 큰 위헌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본회의를 통과한 방송법·방문진법을 두고도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그러나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무력화를 위해 EBS법은 물론 노란봉투법, 상법까지 하루 1건씩 처리할 방침이다. 국민의힘이 상정 법안을 필리버스터로 막아서면 그 이튿날 필리버스터 종결과 동시에 표결 처리하고, 그다음 법안을 곧바로 상정하는 식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예정된 22일엔 EBS법 표결까지만 진행하고 노란봉투법은 23일 본회의에 올릴 전망이다.
여당의 입법 드라이브는 쟁점법안 처리를 마무리한 뒤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대통령과 공공기관장 임기를 일치시키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이 대표적이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윤석열정부에서 알박기한 기관장은 스스로 옷을 벗기 바란다”며 “공운법 개정안을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 소관 상임위원장이 처리를 방해하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겠다고도 예고했다.
대통령실도 공운법 개정에 힘을 실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이 국민주권정부의 철학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정권 교체기마다 소모적 논쟁이 되풀이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MBC 파업 당시 해직된 고 이용마 기자를 언급하며 방문진법 개정을 환영했다. 이 대통령은 페이스북 글에서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법적 기틀이 마련된다”며 “이 기자가 평생 꿈꿔왔던 공정하고 투명한 언론 환경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라고 기렸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