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말 드라마 시청률 1, 2위를 나란히 차지했던 JTBC ‘에스콰이어: 변호사를 꿈꾸는 변호사들’(이하 에스콰이어)과 tvN ‘서초동’의 공통점은 주인공이 모두 ‘변호사’라는 점이다. 법조인을 다룬 드라마는 꾸준히 제작됐지만 최근 들어 변호사의 존재감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변호사라는 직업이 드라마 서사에 유리한 특성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변호사 캐릭터는 갈등 중심의 이야기 구조를 만들기에 적합하다. 법적 분쟁, 사회적 이슈, 조직 내부의 권력 다툼 같은 다양한 갈등 요소가 변호사 한 사람을 통해 집중적으로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정의를 추구하거나 가치관의 변화를 겪으며 서사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는다. 예를 들어 ‘에스콰이어’의 주인공 윤석훈(이진욱)은 대형 로펌 ‘율림’의 송무팀장으로, 법정에서 재판을 다루는 동시에 로펌 내 권력 투쟁에도 얽혀있다. 그 과정에서 윤석훈의 냉철하고 강단 있는 성격이 부각된다.
또 변호사는 다양한 인물과 관계를 맺는 직업이라 서사를 확장하는 데도 유리하다. 의뢰인, 동료, 상사, 대립하는 변호사, 판사 등과 얽히는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감정의 흐름과 갈등이 형성된다. ‘에스콰이어’의 신임 변호사 강효민(정채연)은 상사 윤석훈과의 관계에서 성장할 뿐 아니라 사건 의뢰인과의 관계에서 인간적 면모를 드러낸다.
법정 드라마는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다. 법조인을 중심에 두면서도 법정극, 휴먼 드라마, 멜로, 심지어 판타지 요소까지 결합할 수 있다. 지난 10일 종영한 ‘서초동’은 어쏘 변호사(법무법인에 고용되어 월급을 받는 변호사)의 일상을 다루면서 등장 사건에 따라 법정물, 로맨스, 성장극으로 변주하며 장르의 유연성을 보여줬다.
현실에서 풀리지 않는 갈등이나 문제를 드라마 속 변호사가 대신 해결하는 구조는 시청자에게 대리 만족을 준다. 2022년 ENA 최고 인기작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주인공이 약자의 시선에서 사건을 풀어나가며 대중의 공감을 얻었다. 오는 11월 방영 예정인 드라마 ‘프로보노’ 역시 이 흐름을 잇는다. 출세를 지향하던 판사가 공익 변호사로 변모하는 이야기를 통해 정의 구현 서사를 보여준다.
시대에 따라 법조인 캐릭터 선호 양상도 달라진다. 김선영 미디어 평론가는 “예전에는 권력에 맞서는 검사 이야기가 큰 인기를 끌었지만, 요즘엔 현실 검찰의 이미지가 나빠지며 대중은 정의로운 검사 서사에 공감하지 못한다”며 “반사이익으로 변호사 캐릭터가 주목받고 있다. 공무원인 검사와 달리 자유로운 캐릭터 설정이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변호사는 특권층보다 ‘직장인’으로 등장한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변호사는 의뢰인의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직업이라, 시청자와 감정적으로 연결되기 쉽다”며 “과거와 달리 평범한 직장인처럼 묘사되며 시청자에게 위로와 공감을 주는 존재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