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급변하는 세계 질서… 더 중요해진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입력 2025-08-22 01:30
국민일보DB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주말 방일에 앞서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하며 한·일 관계 전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크게 과거사, 양국 협력, 지정학 문제로 나뉠 질문에 일관되게 미래지향적 관계를 추구하는 답변을 내놨다. 과거 정권의 위안부 합의와 징용 해법은 “국가로서 한 약속이니 뒤집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했고,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뛰어넘는 새로운 선언”을 말했다. 중국·북한과의 관계 관리를 위해서도 “경제·안보 모두 기본 축은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이라 강조했다. 대통령실이 부연하며 쓴 ‘해원(解寃)’이란 말처럼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성의를 촉구했지만, 그것과 별개로 미래에 초점을 맞춰 한·일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미국보다 먼저 일본을 찾는 순방 일정과 한·일 협력에 방점을 둔 광복절 경축사에 이어 대일 실용외교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은 새 정부 앞에 놓인 험난한 외교 여정에 긍정적 자산이 될 수 있다. 관세를 무기 삼은 미국의 무역 패권주의에 유럽 등 세계 각국은 충격을 덜고 새로운 교역망을 확보하려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경제와 안보 모두 미국과 밀접히 얽힌 한·일 양국은 달라진 미국에 대처하는 과제뿐 아니라 중국과의 미묘한 관계도 공유하는 공통점을 가졌다. 급변하는 세계 질서에 대응하려면, 이 대통령 말처럼 양국이 “지금까지의 협력 수준을 넘어서는 획기적인 경제 협력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한국과 일본의 민간 고위급 대화채널인 한일·일한 포럼은 지난 20일 공동성명을 통해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과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제언했다. 일본을 중심으로 한 다자 FTA에 한국이 동참하고 한·일 양자 FTA를 통해 경제적 결속을 높여야 요동치는 국제 경제 환경에 함께 대응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23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신뢰 구축을 넘어 이런 의제가 다뤄지기를 기대한다. 양국의 성장과 번영을 수십년 지탱해온 자유무역 질서가 와해하고 있는 지금, 두 나라는 경제적 생존을 위해 서로를 활용하고 도움을 주고받아야 할 상황이 됐다.

안보에서도 양국의 공통점은 계속 커지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겨냥해 군사 전략을 개편 중이며, 주한·주일미군의 기능, 한·일의 동맹 역할이 이슈로 떠올랐다. 달라지는 지정학 지형에서 공동의 이익을 위해 협력할 분야가 많다. ‘셔틀 외교’ 정례화로 공감대를 높이고 보조를 맞추는 작업이 한층 필요해졌다. 이번 회담이 그 출발점이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