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선 넘는 소방관 지킬 사목 도입 절실”

입력 2025-08-22 03:01
한국기독소방선교회 회원들이 지난해 9월 경기도 용인 기쁨의교회에서 창립 19주년 기념 감사예배를 드리고 있다. 한국소방선교회 제공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며 기도했는데 참으로 가슴이 아픕니다.”

한석훈 한국기독소방선교회장은 20일 이태원 참사 현장 지원 이후 심리적 어려움을 겪다 실종됐던 박모 소방교가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는 이야기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 회장은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군에는 군목, 경찰에는 경목이 있듯 소방공무원에게도 심리·영적 지원을 위한 소목(소방 목회자) 제도가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박 소방교는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 현장 투입 이후 트라우마로 12차례 심리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1일엔 경남 고성소방서 소속 40대 소방장이 이태원 참사 이후 트라우마로 고통을 겪다 지난달 말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이 뒤늦게 전해졌다. 한 회장은 “트라우마는 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나지만 참사 현장의 고통이 치유되지 못해 결국 이런 선택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난이나 끔찍한 사고 현장, 생사의 경계에 놓인 이들을 전면에서 접해야 하는 소방공무원의 정신건강 관리 필요성이 처음 제기된 건 아니다. 개별·집단 상담과 정신과 진료 연계 등 제도적 지원도 없지 않다. 그러나 여전히 심리적 어려움은 개인이 감당할 문제로 치부돼 함께 일하는 팀원조차 동료 상태를 파악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숨진 박 소방교의 동료들 역시 그가 평소 밝고 활발해 우울 증상을 알아채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언제든 기도를 요청하고 찾을 수 있는 신앙적 버팀목의 필요성은 더욱 크지만 경찰 조직에 경목 조직이 있는 것과 달리 소방 조직에는 이 같은 제도가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한 회장은 “현재 소방선교회 소속 공무원은 지역별로 지인 목사나 인근 교회 목회자에게 부탁해 매달 예배를 드리는 상황”이라면서 “생사의 현장에 노출된 이들의 마음을 일상적으로 지탱할 체계적인 영적 돌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경목의 경우 1966년 서울 충현교회 김창인 원로목사 외 18명이 위촉된 것으로 시작으로 현재 전국 275개 경찰서와 지방경찰청에서 약 5200명이 활동하고 있다. 경찰청 경목 김봉희 총무는 “경목은 경찰관의 신앙상담과 정신건강을 돌보고 과로나 사고로 쓰러질 때 위로한다”면서 “소방공무원에게도 소목 제도가 속히 도입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소목 제도 도입을 위해선 일단 행정적 근거가 필요하다. 한 회장은 “경찰엔 위촉 성직자 운영 규정이 있지만 소방에는 없다”면서 “소방청의 행정적 의지와 교계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교계 내 공감도 커지고 있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최근 소방선교회와 소목 제도 도입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나눈 데 이어 다음 달 5일 다시 만나 논의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회장은 “한국교회가 관심을 갖고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