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의 주요 카드였던 마스가(MASGA) 프로젝트가 ‘존스법’ 등 미국 내 규제 난관에 맞닥뜨리면서 정부·업계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건조된 배가 아니면 연안 출입을 할 수 없고, 미군 함정의 해외 건조를 금지하도록 하는 여러 법안이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미 의회에서 법 개정 논의가 있지만 진척이 더디다. 업계에선 “투자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프로젝트 진행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감돈다.
한 업계 관계자는 21일 “미국이 바라는 조선업 부흥과 한국의 투자 이익이 맞아떨어져야 하는데 법 개정이 안 되면 마스가 진행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 진출하려면 투자로 인한 이익도 보장해줘야 할 것”이라며 “아직 협상 초기 단계라 일단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마스가의 가장 큰 장애물은 ‘존스법’이다. 미국 항구를 오가는 상선은 미국에서 건조하고, 미국인이 소유하며, 미국인 선원이 75% 이상이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미국 함정 및 주요 부품의 해외 건조를 금지하는 ‘번스-톨레프슨 수정법’ 또한 걸림돌로 꼽힌다.
우리 업계는 미국에서 배를 건조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전·후방 산업이 실종되다시피 했다”며 “선박 건조에서는 기자재 업체가 제일 중요한데 미국은 협력할 곳이 다 무너진 상황이라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 탓에 정부는 법 개정이나 한국은 예외로 두는 방안을 기대하고 있지만 어려운 분위기다. 이 관계자는 “조선소 표밭인 곳의 상·하원에서 존스법 개정 등이 어려워 보이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마스가 프로젝트에 배정된 1500억 달러를 미국 조선사와 컨소시엄 형태로 구성해 협력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미국법인 자회사를 두거나 현지 조선소 인수로 규제를 우회하는 방식도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12월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현지 자회사인 한화쉬핑은 국내에서 건조한 천연액화가스(LNG)선을 미국 기국으로 변경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러나 미국 조선소들은 노후화가 심하다는 단점이 있다. HD현대중공업도 헌팅턴 잉걸스 조선소와 설계·공정까지 협력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이신형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함정을 만들어 미국에 납품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며 “한·미 정상회담에서 (마스가와 관련해) 큰 틀에 합의하며 디테일을 맞춰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