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규제 당국이 동물실험을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가운데 의약품 개발 산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시험 기술의 표준화, 데이터 축적 등 정책 지원을 병행해야 비동물실험이 정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1일 ‘비동물실험 신약 개발 시대: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2025 미래의학포럼에서 종합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기술적 한계와 규제 공백으로 인해 단기간에 동물실험을 대체하기는 쉽지 않지만 가야 할 방향은 맞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토론은 이장익 서울대 약대 교수가 진행했다.
조승우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연구자나 기업 입장에선 규제와 제도의 뒷받침이 중요하다”면서 “플랫폼이 제도권 안에 들어오면 상업화 속도가 빨라질 수 있고, 관련 로드맵이나 가이드라인이 세워지면 임상 현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속적 투자와 함께 데이터 축적이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선웅 고려대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교수는 “비동물실험 연구는 동물실험으로는 불가능한 영역을 열어줄 수 있는 길”이라며 “이를 위해 기술 개발과 방대한 데이터 축적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엄승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전무이사는 “신약 개발은 블록을 쌓아 올리는 과정과 같다”며 “오가노이드 기술에 대한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엄 전무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 이상 들어가는 신약 개발은 불확실성이 크면 투자하기가 어렵다”며 “규제 적합성과 안정성에 대한 신뢰가 쌓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업계의 선제적 대응을 촉구하는 의견도 나왔다. 비동물실험을 확대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을 살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민영 법무법인 세종 선임외국변호사는 “미국 의회에서 논의되는 관련 법이 통과되면 2027년에는 규제 개정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한국이 동물대체시험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하려면 정책적 합의, 과학기술 투자, 법적 보호 체계 마련이 추진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김윤희 국립암센터연구소 부소장은 “오가노이드를 동물실험과 병행하면서 비교 검증을 가져야 한다”며 “인체 조직 기반 오가노이드는 사람마다 세포 성격이 달라 배양, 검체 처리, 평가 시스템 등 세부 단계별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전환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바이오산업기획팀장은 동물대체시험 기술 발전이 국내 CRO(임상시험 수탁기관), CDMO(위탁 개발생산) 기업들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전 팀장은 “국내 CRO 기업이 표준화된 데이터 역량을 확보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CDMO 기업은 CRDMO(위탁 연구개발생산) 사업으로 보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신대현 쿠키뉴스 기자 sdh3698@kukinews.com